지난10월 LA 소재 노키아 시어터에서 열린 이글스 공연 당시 모습
미국을 대표하는 그룹 이글스(Eagles)가 28년 만에 신곡 앨범을 발표해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신보를 2위에 그치게 하면서 첫 주 정상의 기염과 함께 '노장 그룹의 재림 시대'를 열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간 이글스가 발표한 곡 가운데 베스트10을 골라본다.
1. Long Road Out Of Eden (2007년)
28년만의 신보 동명 곡. 깨져버린 현 세상을 바라보는 노장의 탄식과 관조가 돈 헨리의 아련한 보컬을 휘감는다. 1976년에 만들어 이듬해 히트한 이들의 대표작 'Hotel California'는 당시 아메리칸 드림의 상실을 노래했다. 그렇다면 이 곡은 'Hotel California'의 2007년 버전인 셈이다.
2. How Long (2007년)
이글스 '컨트리 록'의 전형이기에 한사코 컨트리를 멀리하는 우리에게 재미는 덜 선사하지만 경이로운 것은 네 사람들의 빼어난 코러스다. 그게 캘리포니아와 웨스트 코스트의 각별한 음악유산이다.
3. Hotel California (1976년)
돈 헨리(Don Henry)는 언젠가 이 곡에 은근히 스며있는 라틴과 레게의 요소가 글로벌 인기의 원천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를 통해 컨트리 터치를 없애면서 탈(脫)미국에 성공한 것이다. 사상 최고급의 후반부 기타연주 하모니가 우리의 청각을 난타한다.
4. Life in the fast lane (1976년)
< Hotel California > 앨범의 수록곡으로 'New kid in town' 'Hotel California'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싱글이었다. 새로 가입한 기타리스트 조 월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강력한 록 감성을 쏴댄다. 고속질주의 미국적 삶을 조롱하는 것 같은 메시지 측면에서 'Hotel California'와 같은 맥락이다.
5. Take it to the limit (1975년)
제목이 말해주듯 클라이맥스로 몰아가는 긴장감은 이글스 곡 가운데 단연 백미. 빼어난 질감의 앨범 < One Of These Nights >의 세 번째 싱글로, 높은 곡 완성도를 자랑한다. 글렌 프라이 보컬의 정점.
6. Desperado (1973년)
비록 이글스는 이 곡을 싱글로 내놓지 않았지만 린다 론스태드 등 어떤 가수가 부른 것보다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저작권자의 버전을 찾았다. 서부 개척시대의 자유 정념을 그린 동명의 앨범 전체를 대표하는, 애잔한 멜로디와 보컬이 압권. 이글스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필수적인 곡이다.
7. One of these nights (1975년)
동명 앨범에서 첫 번째로 발표되어 전미차트 정상에 올랐다. 컨트리의 요소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전보다 록 요소를 대폭 강화해 다수의 록 인구를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전체적으로도 멋지지만 특히 전주 부분의 편곡이 인상적이다.
8. I can't tell you why (1979년)
< The Long Run > 앨범을 앞두고 가입한 베이스주자 티모시 비 슈미트가 곡을 쓰고 노래도 불렀다. 빌보드 톱10을 기록, 이글스 전성기의 마지막 히트 싱글이 됐다. 읊조리는 보컬과 차분한 곡조가 강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잔잔한 스타일로는 'Desperado' 'Sad cafe'와 더불어 한국 팬들이 열청했던 곡이다.
9. The last resort (1976년)
< Hotel California > 앨범의 마지막에 수록되어 대미를 장식한다. 과연 '호텔 캘리포니아'가 무엇을 상징하며 메시지의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이 곡에 와서 비로소 형체를 드러낸다. 미국적 삶과 의식에 대한 회의 그리고 도피. '그들은 그것을 낙원이라고 부르지만 난 그 이유를 모르겠어...' 7분25초 동안 우리의 귀와 가슴을 아리게 굴삭 한다.
10. Take it easy (1972년)
컨트리와 로큰롤의 융합, 따스한 코러스 장식 등 초기 이글스 음악의 정체성을 축약하는 곡. 밴드 결성 후 발표한 첫 싱글로 오늘의 이글스를 있게 해준 곡이기도 하다. 이번 신보의 'How long'과 비교해 들으면 과거의 복귀란 측면에서 왜 이런 스타일의 곡을 첫 싱글로 내놓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 괄호 안의 연도는 개별 곡이 수록된 앨범이 발표된 해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