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앨범 < 미인아 >는 슈퍼주니어의 약점이 가창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디지털의 조종에 의존한 이들의 보컬은 음반과 라이브에서 갭을 형성하며 가사 전달에도 단점을 노출한다. 한류의 극대화를 위해 중간에 영어 가사를 넣어 국제화를 이룩하지만 이 때문에 프레이징은 부자연스럽고 호흡도 벅차다.
맑고 청명한 발라드 '봄날'에서 처음으로 메인 보컬을 맡은 려욱은 의욕이 앞선 듯 미흡한 강약 조절과 과도한 장식으로 아름다운 곡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다섯손가락의 '풍선'을 리메이크한 동방신기처럼 슈퍼주니어는 여성 팬들을 위해 이성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유희열(토이)의 '좋은 사람'을 재해석했지만 새로움과 개성 없이 밋밋하게 '그냥' 불러 아쉽다.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Womanizer'를 모방한 '쏘리 쏘리'를 재활용한 유영진 작곡의 '미인아'는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는 얕은 수를 썼고 멋진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는 업템포 넘버 '진심'과 '여행', '사랑이 이렇게'는 최근 알앤비의 트렌드를 정착시킨 니요(Ne-Yo)를 추종한다.
감정이입에 실패한 국내용 발라드 '응결'과 '나란 사람', '잠들고 싶어'는 미국의 어반 알앤비와 클럽 튠을 지향한 대부분의 다른 곡들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동거를 이루고 있다. 훌륭한 선율과 발군의 화음을 들려주는 '사랑이 이렇게'와 '진심', 'My only girl', 'Shake it up' 그리고 에스 클럽 세븐(S Club 7), 에이 틴스(A Teens) 같은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영국의 아이돌의 스타일을 추종한 'Here we go'와 같은 양질의 노래들은 빛을 바랜다.
3집부터 변화를 준 대형 그룹 슈퍼주니어는 와일드한 남성상과 부드러운 연인의 모습으로 번갈아 변화를 주며 10대와 20대 여성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갈구한다. 이것은 팬 베이스 층의 집단적 이탈을 막는 역할도 하지만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방해하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이미지가 진실이 되기엔 많은 것을 놓아주어야 한다.
-수록곡-
1. 미인아
2. 너 같은 사람 또 없어

3. Shake it up (Remix version)
4. 진심
5. 여행

6. 나쁜 여자
7. 응결
8. 나란 사람
9. My only girl
10. 사랑이 이렇게

11. Shake it up
12. 잠들고 싶어
13. 봄날

14. 좋은 사람
15. Here we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