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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는 《방글라데시를 위한 콘서트》가 열렸던 1971년 8월 이래, 라비를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라비의 콘서트 현장을 자주 찾았다. 1972년 8월 17일에도 조지는 리버풀까지 가서 라비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라비 콘서트를 재정적으로도 지원하는 한편, 이를 음반으로 만들기도 했다. 조지는 그해 10월 12일 라비가 뉴욕 필하모닉 홀에서 펼쳤던 공연 실황 테이프를 입수한 뒤 이를 음반으로 제작했다. 그 덕에 라비는 이듬해인 1973년 1월 22일, 자신의 연주를 생생히 담은 라이브 음반 < In Concert >를 발표할 수 있었다. 또 조지는 이듬해 9월에는 본인의 자선재단을 통해 라비의 특별무대 《뮤직 페스티벌 프롬 인디아 Music Festival From India》를 후원했다.
한편 1973년 3월 10일, 조지는 솔로 음반 녹음 중이던 링고 스타를 만나러 미국 로스앤젤레스 선셋 사운드 스튜디오로 날아갔다. 사흘 뒤 13일에는 존 레논이 스튜디오를 방문해 이 셋은 존이 링고를 위해 쓴 곡 'I'm the Greatest'를 함께 녹음했다. 링고가 리드 보컬과 드럼, 존이 피아노와 하모니 보컬, 조지가 기타를 맡았으며, 이들 외에 한때 '제5의 비틀스'라 언급됐던 빌리 프레스턴과 클라우스 포어만이 각각 오르간과 베이스를 연주했다. 마치 비틀스의 < 서전트 페퍼 > 음반처럼 링고가 자신을 빌리 시어스(Billy Shears)라고 소개하는 이 곡은 가사나 연주, 참여 멤버가 여러 모로 < 렛 잇 비 > 시절의 비틀스를 추억하게 만든다. 이렇듯 친구들의 도움에 힘입어 'I'm the Greatest'는 링고를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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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음반 작업에 큰 역할을 했던 조지가 그 다음에는 라비 도우미를 자청한다. 조지는 라비의 새 음반 녹음을 돕기로 하고 라비를 위해 장소를 주선했다. 그리하여 1973년 4월 29일, 라비는 가족, 친구와 LA에 있는 A&M 스튜디오에 모두 모였다. 그 당시 라비는 서구 대중들 사이에서 인도음악에 관심이 더 높아지길 간절히 원했다. 다행히 그 곁에는 조지가 있었다. 든든한 라비 지지자이자 열렬한 인도음악 팬이었던 조지는 라비와 함께 동서양 음악가의 만남을 기획했다. 라비는 이미 알라 라카(타블라), 시브 쿠마르 샤르마(산투르), 하리프라사드 차우라시아(반수리), 락슈미 샹카르(보컬), 카말라(탐부라) 같은 인도 최고 음악가 10여 명으로 구성된 인도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남은 것은 서양 팝 뮤지션들. 조지는 신속히 빌리 프레스턴과 클라우스 포어만, 짐 켈트너 니키 홉킨스 등 절친한 동료를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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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missing You.
Oh Krishna, where are You?
Though I can't see You.
I hear Your flute all the while,
Please come wipe my tears and make me smile
- 'I am missing You' (1974)
음악도 가사처럼 소박하고 아름답다. 보컬을 맡은 락슈미 샹카르의 청아한 음성과 알라 라카의 멜로딕한 타블라 연주가 맑게 울려 퍼진다. 크리슈나의 악기인 플루트 소리가 시종일관 흐르는 것이 특징. 라비는 이 곡에 대해 “크리슈나가 자랐던 신성한 도시 브린다반의 소리와 분위기를 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자서전 『라가 말라 Raga Mala』(1998)에 썼다. 팝 버전은 인도 버전보다 악기 간의 하모니와 비트, 에코가 강조되어 경쾌한 맛이 난다. 인도 버전과 마찬가지로 락슈미가 보컬을 맡았고 조지가 하리 조지슨(Hari Georgeson)이란 필명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오토 하프를 연주했다. 조지 외에도 빌리 프레스턴(키보드), 클라우스 포어만(베이스), 짐 켈트너(드럼), 링고 스타(드럼), 톰 스코트(색소폰)가 'I am missing You' 팝 버전에 참여했다.
'I am missing You' 녹음은 마쳤지만 조지와 라비는 각자 바쁜 일정 때문에 < 샹카르 패밀리 ॐ 프렌즈 > 세션을 이듬해로 미뤘다. 이후 두 달 간 조지는 본인의 새 싱글 'Give me love (Give me peace on earth)'와 두 번째 솔로 음반 <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를 발매했으며, 두 작품 모두 미국 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뒀다. 그런 다음 그는 8월 22일, 프라부파다를 만나러 혼자서 잉글랜드 남동부 하트퍼드셔의 박티베단타 매너로 향했다. 이날의 만남은 1969년 9월 존 레논의 티텐허스트 저택에서 서로 만난 이후 거의 4년 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이미 일흔여덟의 고령이었던 프라부파다는 신상을 모시고 시가를 행진하는 수레축제 라타야트라(Ratha Yatra)에 참가하기 위해 한 달 전 인도 콜카타에서 영국 런던으로 건너왔다. 그 뒤로 프라부파다는 박티베단타 매너에서 머물고 있다가 조지를 반갑게 맞이했다.
조지는 프라부파다와 대면한 것만으로도 해방감과 구원을 얻은 듯 했다. 신을 열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가 겪고 있는 혼란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쿠르타라는 긴 인도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온 조지는 프라부파다를 보러 방에 들어가기 전, 머리를 단정히 묶고 양말을 벗어 예를 갖췄다. 그 다음 자리에 앉아 프라부파다에게 차근차근 개인적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자신의 마음상태였다. 당시 조지는 채식 등 절제된 생활과 엄격한 금욕 속에서 열렬히 신을 찬미하는 크리슈나 신도였다가도, 또 어느 순간에는 술과 약물에 취해 성에 탐닉하는 평범한 록 스타로 돌아가곤 했다. 물고기자리 태생이었던 조지는 그 둘 간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웠고 그 사이를 오가는 이중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지의 고백을 들은 프라부파다는 “당신은 크리슈나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그러니 분명 크리슈나가 당신을 도울 겁니다.”라고 격려한 뒤 모든 해답은 『바가바드 기타』 안에 있으니 그 경전을 꾸준히 읽으라고 권했다. 『바가바드 기타』는 크리슈나가 직접 말한 가르침을 담은 책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열심히 읽어 깊은 지식을 쌓는 게 최우선이며, 그리하여 크리슈나의 지식을 깊이 쌓으면 조지가 말한 밸런스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프라부파다의 진정한 메시지였다.
대화는 몇 시간 동안 계속됐다. 그 다음으로 조지는 자신이 너무 영적인 생활에만 치중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도 실은 정신적 탐구와 현실 간의 괴리에 무척 상처 받고 많이 지쳐있었던 것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만트라 암송이나 명상을 통해 혜택을 얻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그런 혜택을 많이 얻으면 얻을수록 위험해집니다.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너무도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사람들을 멀리 할까봐 두렵습니다.” (조지)
이 말은 조지가 아예 머리를 빡빡 깎고 프라부파다의 정식제자로 입문하고 싶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고백한 것처럼 들렸다. 그 속뜻을 파악한 프라부파다는 조지에게 재능을 썩히지 말고 본인의 위치를 지키도록 충고했다.
“당신은 아직 어리지만 크리슈나의 은총 덕에 아주 높은 위치에 올랐습니다. 세상에는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신 재능을 생각해보세요.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프라부파다)
또한 지금까지처럼 '드러나지 않은 크리슈나 신도'로 남아서 신을 향한 사랑을 계속 이어가길 부탁했다. 그 뒤로도 프라부파다는 영적 스승으로서 조지에게 크리슈나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귀 기울여 프라부파다의 말씀을 듣던 도중 조지는 최근 라비와 함께 녹음한 'I am missing You'를 떠올렸다. 그는 늘 “신이 있다면 저는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왔다. 그처럼 조지는 신을 향한 갈증이 있었고 신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조지는 라비가 말했던 크리슈나 성지, 브린다반에 직접 가서 그 성스런 분위기를 몸소 느껴보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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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와 조지는 각각 본인들이 쓴 자서전에서 브린다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브린다반에서는 크리슈나가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예술이나 춤, 음악, 재미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크리슈나가 여전히 살아 숨쉬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비 샹카르, 『라가 말라』)
“우리는 크리슈나가 4000년에 살았던 브린다반에 갔습니다. 인도의 성지 가운데 한 곳으로 마을 전체가 크리슈나 신앙으로 가득한 장소입니다. 어디서든지 누구나가 다 '하레 크리슈나'를 소리 높여 노래합니다. 그것도 아주 다채로운 방식으로요. 제 인생에서 가장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조지, 『아이 미 마인』)
브린다반에는 이처럼 여러 성소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순례지는 크리슈나가 천둥과 번개의 신, 인드라로부터 천지만물을 보호하고자 산을 번쩍 들어 우산으로 사용했다는 고바르단 산(Govardhan Hill)이다. 브린다반을 찾는 순례자들이라면 한번씩은 고바르단 산 주위를 한바퀴(38km나 된다), 그것도 맨발로 돌며 신의 가호를 빌곤 한다. 탑돌이와도 비슷한 이 기원행위를 산스크리트어로 파리크라마(Parikrama)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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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He" (Jai Sri Krishna)'는 인도, 특별히 브린다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 사원에서 새벽 아르티(arti: 신에게 불을 바치는 의식)를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아침 다섯 시쯤 되었죠. 밖은 여전히 어두웠고 우리는 방에 앉았습니다. 갑자기 구루 스리파드가 바잔(bhajan: 신을 찬양하는 노래)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 찬송을 반복해서 계속 따라 불렀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서 더 없는 행복을 맛봤습니다. 마칠 순간에 이르러서도 찬양을 멈추고 싶지 않았어요.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결국 우리가 중단했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있었지요. 아홉시나 열시 정도였을 거예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습니다.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그때 스리파드 마하라지가 제게 말했습니다. '이 바잔을 곡으로 만들어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서 저는 '자이 크리슈나, 자이 크리슈나, 크리슈나, 크리슈나. 자이 라데, 자이 라데, 라데, 자이 라데, 자이 스리 라데...'라는 그 고대 찬가를 그대로 받아 적었지요. 그런 다음 그 사이사이에 영어 가사를 집어넣었습니다.” (조지, 『아이 미 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