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강범 '사랑 안 해'를 들었을 때 느껴졌던 마음의 울림은 멜로디의 빼어남이라든가 가창력에 있지는 않았다. 멜로디는 평이하다면 지극히 평이한 편에 속했고, 노래 역시 그녀보다 더 훌륭히 소화해 낼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곡은 잔잔히 다가와 소소한 여운을 남겼다. 그건 아마도 그녀의 목소리여서, 그녀의 강인한 삶이 있어서였던 것은 아닐까.
'사랑 하나면 돼'는 '사랑 안 해'와 다르지 않다. 곡의 모양새의 흡사함은 제쳐두더라도 '사랑 안 해'를 들었던 당시의 느낌을 다시금 자아낸다. 클라이막스 부의 전개가 좀 더 구태의연해져 그 울림이 다소 마모되기는 하나 여전히 이 노래는 그녀의 노래다. 설령 이 곡의 만듦새와 메시지에 동의할 수 없다하더라도 날 선 목소리를 내고 싶지는 않다. 동어반복에 가까운 이 곡을 선택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윤지훈 라틴 댄싱 퀸 백지영이 다시 한 번 흐느끼는 목소리로 발라드를 부른다. 지난해 발라드 광풍의 시발점 '사랑 안 해'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고보면 백지영의 발라드는 깊은 맛은 없지만 한 순간에 귀가 끌리는 순간적 매력이 있다. 전작을 똑 닮은 '사랑 하나면 돼'도 그만큼의 사랑을 받을 듯하다. 그런데 과연 5년 후에 이 노래로 백지영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박효재 '사랑 안 해'의 예상 밖 히트는 그녀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 였음과 동시에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을 안겨주는 양날의 검이었다. 히트에 대한 압박이 너무 컸던 것일까. 새로운 방법론을 들고 나오기보다는 이전에 성공했던 방식을 많이 들여왔다. 그러한 재사용이 물론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음악 감상에 있어서도 한계효용의 법칙은 유효하다. 클라이막스가 '사랑 안 해'와 유사하고 그 이전 부분은 장혜진의 '이연'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눈물을 그 안에 머금은 독특한 비성은 여전히 진한 호소력을 발휘하지만 낯익은 접근방식이 딱 2% 부족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