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를 고발하며 흑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아티스트의 입에서도 터져 나왔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과 말콤 엑스(Malcolm X)의 사자후는 1960년대의 소울을 거치고 1970년대의 펑크(Funk) 사운드를 빌려 형제자매들에게 자부심을 일깨워주었다.
이제 배턴은 힙합 아티스트에게 전달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스(Nas)는 메시지 전달을 최적화할 수 있는 랩의 파괴력을 인지한 래퍼다. 그가 레게의 전설 밥 말리(Bob Marley)의 아들 데미언 말리(Damian Marley)와 손을 잡고 정규앨범을 발표한다는 자체가 깜짝 뉴스였다. 위상은 물론이거니와, 두 인물의 의식 성향을 미루어 보아 진중한 메시지를 함축한 힙합 앨범에 목말랐던 팬들의 기대감이 삽시간에 증폭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 Distant Relatives >의 13개 트랙은 지극히 계몽적이고, 자긍심을 고취하는 테제들로 가득하다. 앨범 재킷 속에는 아프리카 문화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역사적 유물들이 아로새겨있고, 가사 안에서는 아프리카인의 잠재력을 상기시키는 주문들을 연발한다. 'Africa must wake up'같은 대목에서는 일부 선동적인 냄새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두 포스트 레전드의 자세가 자못 진지하다.
앨범의 대부분 곡은 외부 프로듀서에게 의탁하지 않고 데미언 말리가 직접 썼다. 흔히들 아버지의 음악을 생각하며 원초적인 레게리듬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힙합 비트에 피아노 라인이 선명한 일반적인 가스펠 스타일을 뼈대로 한 트랙들이 눈에 자주 띈다. 'My generation', 'In his own words'가 이를 증명하는데, 다만 양자의 이름값에 견주었을 때 연성화한 느낌은 자칫 무기력한 포스로 위축된 느낌을 준다.
물론 나스는 본 앨범에서도 타이트한 래핑을 쏘아대며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고, 신들린 듯 리듬을 타는 데미언 말리의 레게 보컬은 충분히 청취자의 귀를 호사시킨다. 뼛속까지 각인된 흑인의 설움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흥겹게, 때로는 진지하게 청취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다.
-수록곡-
1. As we enter

2. Tribes at war (Feat. K'Naan)
3. Strong will continue
4. Leaders (Feat. Stephen Marley)
5. Friends
6. Count your blessings
7. Dispear
8. Land of promise (Feat. Dennis Brown)
9. In his own words (Feat. Stephen Marley)
10. Nah mean

11. Patience
12. My Generation (Feat. Lil' Wayne, Joss Stone)
13. Africa must wake up (Feat. K'Na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