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DC는 헤비메탈이라는 말 그대로 묵직한 금속이 내리치듯 강하고 묵직한 사운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밴드(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로큰롤이라고 규정하지만)로서, 그 사운드의 핵심은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Angus Young)이다. 형 말콤 영(Malcom Young)은 리듬 기타를 담당한다.
앵거스 영은 1959년생으로 5살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하였고 록의 뿌리격인 블루스 그리고 로큰롤 음악을 두루 섭렵했다. 그는 자신이 영향 받은 음악, 블루스와 로큰롤에 바탕을 두고 철저하게 한 길을 치달려왔다. 그 확고한 의지와 뚜렷한 음악관이야말로 우리 기타리스트들의 귀감이다. 음악적 기반이 블루스와 로큰롤이었기에 당연히 그의 플레이도 블루스의 끈적끈적한 필과 흥을 자극하는 로큰롤의 '부기우기'성 리듬들이 깊게 묻어있다. AC/DC의 음악이 바로 말해주지만 앵거스 영의 기타스타일이 딴 연주자들과 다른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펜타토닉(7음중 반음을 제외한 5개의 음으로 구성된) 스케일을 폭넓게 잘 활용할 줄 아는 기타리스이자 반음을 이용한 블루 노트 스케일을 즐겨 쓰는 플레이어로 꽉 찬 기타소리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주지하다시피 AC/DC의 전체적인 리듬 편곡 스타일은 절대적으로 8비트(1마디의 8개 박자) 패턴을 깨뜨리지 않는다. 8비트의 무게감에다가 앵거스 영의 거친 듯 뚫고 나오는 기타소리의 조화는 가히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긴 얘기 필요 없이 AC/DC 불후의 명곡 'Back in black'을 들어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8비트 안에서 그의 플레이는 그루브 감이 넘쳐난다. 이것은 16비트 느낌과 셔플 같은 리듬들이 몸에 배어 있기에 가능하리라 보는데,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처럼 다이내믹하고 그루브 감이 넘쳐나는 리프가 나오겠는가. 분명한 건 어떤 음악이든지(특히 록에서는) 블루스가 기본이 되어야 된다는 걸 깨우치게 해주는 인물이 다름 아닌 앵거스 영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각적 재미를 주는 그 반바지 교복차림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무대 비주얼로도 그는 승리했다. 그 귀여운(?) 차림에 한시도 가만히 서서 연주하지 않는 광기어린 무대 매너를 보여주니 경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시대 기타리스트들은 보통 펜더 기타나 깁슨 레스 폴 기타를 많이 사용했지만 앵거스 영은 '깁슨SG' 모델을 고집스럽게 사용한다. 이것 또한 나를 포함해 많은 기타키드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그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화 <아이언 맨> 1편에는 'Back in black'이, <아이언 맨> 2편에는 장쾌한 'shoot to thrill'이(정말 AC/DC의 음악은 '스릴'이다!!) 삽입되어, 마치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것 같은 '현재진행형의 전설'이 AC/DC인 것이다. 또 앵거스 영없이 AC/DC는 없다. 전성기 때 해체했거나 사망했거나 해서 전설이 된 경우도 많지만 이들은 8비트 중심의 파워풀한 하드록의 이미지를 지금까지, 무려 35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게 벤치마킹 모델이다.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을 놓치지 않는다는 사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전성기 시절과 똑같은 퍼포먼스와 에너지를 과시한다는 사실, 그리고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타리스트라면 누구나 동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앵거스 영은 '영'하다. 이게 너무너무 부럽다. 나도 그처럼 나이 먹어도 젊고 싶다. 진부하고 유치한 듯 하지만 앵거스 영과 AC/DC를 보면 어쩔 수 없이 이 말이 떠오른다. Rock Will Never Die!!
기타리스트 유병열 : 前 윤도현 밴드의 기타리스트, 현재 그룹 비갠 후의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
대표작 : 1999년 윤도현 밴드 < 한국 록 다시 부르기 >
최근작 : 2009년 비갠 후 < City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