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슬 후반부에 이뤄지는 파워풀한 코러스는 듣기 좋지만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이 노래를 부르는데 굳이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홍보 전략과 거대한 투자가 이뤄졌다면 뭔가 더 번뜩이는 재기가 나왔어야 할 것 같은데 이건 너무나 평범하다. 이미 '보아'에서 다 밝혀진 작곡가 켄지(Kenzie)의 작법도, 이미 모든 걸 보여줘 버린 걸 그룹의 똑같은 조합도 이젠 조금 지겨울 때도 됐다.
이대화 슈퍼주니어의 걸 버전은 납득하기 힘든 기획이다. 아무리 음악계가 불황이라지만 너무들 음악이 아닌 스타 만들기에만 급급하다. 소녀시대는 연예인 양성 프로젝트 이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팀이다.
소승근 도대체 왜!!!!!!!!!
윤지훈 동방신기, 천상지희, 슈퍼주니어에 이어서 SM이 또 하나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특유의 어이상실 작명센스를 보여주는 '소녀시대'. 요즘 분위기를 봐서는 과거 H.O.T.와 S.E.S.의 남녀 댄스팀 구도에 신화, 보아라는 막강 라인을 보유하고 있던 아이돌의 황금기를 연상케 한다. 제이팝을 쏙 빼닮은 말끔한 멜로디에 9명의 미소녀들이 펼치는 화려한 군무는 분명 흐뭇한 광경이긴 하다. 그러나 팀 곳곳에 스며들은 철저한 기업 마인드가 음악을 음악으로 받아들이길 방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박효재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단번에 SM표 노래임을 알 수 있다.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인지 제이팝의 냄새가 강하다. 신시사이저가 전체적인 질감을 형성하는 점이나 절정부에서 보컬을 겹겹이 쌓는 방식 등이 그러한 느낌을 갖게하는 요소다. 여자 슈퍼주니어를 표방한다는데 음악은 훨씬 얌전하고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확실한 임팩트의 부재는 아쉽다. 보여주기식 메탈리프로는 그러한 갈증을 해결하기 힘들어 보인다. 무언가 새로운 세계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낯익음이다.
류석현 스타일로 치면 요즘보다는 90년대에 가까워보인다. 어릴 적 댄스 마니아였던 20대들도 즐기기 좋은 곡이다. 만화영화 주제가에도 어울릴 것 같은 멜로디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나라 가요의 가시적인 10대 구매층 못지않게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철저히 비즈니스 적이고 기획 상품이란 시각에서 소녀시대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으로 우리 가요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단면도 느낄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선택의 권리가 있듯이 마냥 10대 소비상품이라고 비아냥 거릴만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듣고 좋다면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