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전후사정을 짐작해보면 이미 1년 전에 케이블 방송의 전파를 탄 라이브 실황을 앨범으로 발매한 까닭이 궁금해진다. 실상 2001년, 제이 지(Jay-Z)의 < MTV Unplugged > 이후 힙합 아티스트의 TV 라이브 앨범이 호평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느끼는 치열함을 앨범으로 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관중의 흥을 돋우는 역동적인 설계보다는, 스튜디오가 허용하는 선에서 세심하고 치밀한 작전 하에 완성되는 마스터피스를 창조해야한다. 음악 플랫폼이 힙합이라면 장중함의 미학을 더욱 희구할지도 모른다. 소외계층, 저학력자 등의 이미지로 관철된 콤플렉스의 부담이 반대급부로써 고차원적인 예술과의 접촉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의 배치에서 그의 심중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1시간이 좀 넘는 러닝 타임동안 공연을 주도하는 힘은 무대 우측에 자리 잡은 6인조 관현악단과 좌측에서 육중한 맥박을 분출하는 팀파니와 북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은 'See you in my nightmares'에서 서막을 열기 시작한다. 릴 웨인(Lil Wayne)과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원작에 힘을 더한 후반부는 크레센도 몰토(Crescendo molto)로 표현할 수 있다.
카니예 웨스트의 선곡표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최근작인 < Graduation >과 < 808s & Heartbreak >의 곡들로 채워져 있으며, 상대적으로 번호표를 늦게 받은 싱글 곡들이 선택받았다는 점이다.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Robocop'과 'Flashing lights'등이 그 예다. 다만 이런 곡들이 정규 앨범의 원형 그대로 재현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라이브 무대를 제공한 방송사 브이에이치원(Vh1)을 접할 수 없는 지역의 팬들이었다면 오케스트라와 힙합의 랑데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겠지만, 북미지역의 청취자들에게는 1년 후의 재방송이 구미를 당길지 의문이다. 물론 세트 리스트가 포함된 정규 앨범이 동시간에 발매되고 있었기 때문에 < Vh1 Storytellers >가 지금에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 점을 보완하고자 상품가치를 위해 미방송 분량인 'Homecoming', 'Street lights', 'Paranoid'를 보너스 피처에 삽입했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점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그의 일관된 지지층이 아니라면 선뜻 손이 가기 힘든 평작이다.
-수록곡-
CD / DVD
1. See you in my nightmares

2. Robocop

3. Flashing lights
4. Amazing
5. Touch the sky
6. Say you will
7. Good life
8. Heartless / Pinocchio story

9. Stronger
DVD Bonus Feature
- Homecoming
- Street lights
- Paranoid
- Q&A with Kan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