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애플 지하녹음실에는 새 얼굴이 한 사람 등장했다. 미국인 오르간 연주자 빌리 프레스턴이었다. 프레스턴을 좋아했던 조지 해리슨이 끌다 시피해서 데려온 것이었다. 그가 오자 스튜디오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웃음꽃과 생기가 피어났다. 비틀스는 1962년 프레스턴이 리틀 리처드의 반주그룹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일급 뮤지션이면서도 쾌활한 성격을 지녔던 빌리 프레스턴은 비틀스끼리의 긴장을 부드럽게 완화시켜주었다. 프레스턴은 그 뒤 세션 내내 비틀스와 함께 하며 'Get back', 'Don't let me down'을 녹음했다.
1월 25일 비틀스는 폴 매카트니의 'Let it be'와 더불어 조지 해리슨의 신곡 'For you blue'를 녹음했다. 'For you blue'는 'I me mine'에 이어 비틀스의 마지막 LP < 렛잇비 >에 실리는 해리슨의 두 번째 작품이다. 패티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곡으로 원래 작업 당시 제목은 'George's blues (Because you're sweet and lonely)'. 무릎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존 레논의 스틸 기타, 폴 매카트니의 피아노, 그리고 조지 해리슨의 어쿠스틱 기타가 일품인 블루스 넘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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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you blue'는 조지 해리슨이 특별히 블루스를 표방한 곡이라 가사 속에는 델타 블루스의 거장이자 전설적인 슬라이드 기타리스트인 엘모어 제임스도 언급된다. 이 곡은 1970년 5월 11일 미국에서 싱글 'The long and winding road'의 B사이드로 발매되기도 했다. 해리슨은 'I me mine'과 'For you blue' 말고도 이 <렛잇비> 세션에서 'Let it down', 'Isn't it a pity', 'Hear me lord' 같은 노래를 썼다. 모두 해리슨의 빛나는 석장짜리 솔로 데뷔앨범 < All Things Must Pass >에 실린다.
'For you blue' 레코딩 다음날이던 1월 26일 일요일, 애플사에서 '겟 백' 미팅이 열렸다. 그전부터 논의했던 대로 비틀스는 콘서트로 앨범을 마무리 짓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장소는 로마원형기기장도 사막도 아니었다. 비틀스가 쓰는 빌딩 꼭대기였다. 그로부터 4일 뒤인 1월 30일 애플사 옥상에서 마침내 비틀스의 즉흥 콘서트가 열린다. 당일 오전 비틀스는 빌리 프레스턴과 더불어 지하 스튜디오에서 곡 연습을 했고 오후가 되어 애플 코퍼레이션스 건물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 속에 비틀스 최후의 42분짜리 쇼가 펼쳐졌다.
비틀스가 3년 만에 펼친 이 야외 콘서트는 정말 대단했다. 비록 세션 기간 내내 마찰을 빚었지만 이날 즉석무대에서만큼은 완벽한 호흡과 연주력을 보여줬다. 42분 종안 밴드는 'Get back', 'Don't let me down'. 'One after 909, 'Dig a pony', 'I've got a feeling' 같은 신곡을 들려줬다.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에 시민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을 지었으나 경찰들은 그렇지 못했다. 런던의 경찰은 이 팝 역사에 빛나는 명장면이자 위대한 록 밴드의 마지막 콘서트를 불법행위라고 단정 짓고 전력공급을 끊어버렸다. 이 또한 훌륭한 피날레였다.
작은 기적과도 같았던 옥상 공연을 끝으로 < 렛잇비 > 촬영도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앨범 < 렛잇비 >는 비틀스 멤버들 사이에 예술적으로 타협 불가능한 의견 차이와 매니저 선임공방 때문에 1년도 더 지나서야 발매된다. 특히 애플사와 재정, 매니저 임명 문제는 팀원 간의 관계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었다. 매니저로 앨런 클라인을 뽑자는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폴 매카트니가 편을 갈라서 서로 치열하게 다툼을 벌여나갔다. 이 싸움은 얼마 남지 않은 밴드 운명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비틀스는 일종의 후기였던 그룹의 마지막 음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틀스의 후반기 최대 걸작 < 애비 로드 >였으며 조지 해리슨은 여기서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아성을 뛰어넘는 두 곡의 팝 클래식 'Something'과 'Here come the sun'을 탄생시켰다. 그 중 시대를 초월한 명품 발라드 'Something'은 프랭크 시내트라서부터 엘비스 프레슬리, 레이 찰스, 제임스 테일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하기도 했다. 시내트라는 이 곡을 일컬어 “지난 50년 동안 나온 가장 아름다운 사랑노래”라고 말했다. 또 'Something'은 조지의 곡으로는 처음으로 A면 비틀스 싱글로 발매되어 미국 차트 넘버원에 오른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로 해리슨은 레논&매카트니와 동등한 작곡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비틀스에게는 최고의 로맨틱 송 'Something'이 남아있었다. 이 노래는 조지 해리슨이 원래 '화이트 앨범' 세션 중이던 1968년 9월에 썼으며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곡이었다. 그 당시 해리슨은 'Something'을 본인이 프로듀싱하던 애플 아티스트 재키 로맥스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여차저차해서 재키 로맥스 대신 록 가수 조 카커에게 주었다. 그래서 1969년 초봄에는 조지가 조 카커의 녹음을 돕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조 카커의 앨범 출시가 지연되면서 거꾸로 'Something'을 실은 비틀스 음반 < 애비 로드 >가 2개월 더 빨리 나와 버리는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뒤늦게 조 카커도 'Something'을 발표했지만 'Something'은 결국 해리슨의 명곡으로 남게 됐다.

5월 5일에는 폴 매카트니가 'Something'에 근사한 베이스라인을 오버더빙했고 조지 해리슨도 새로운 기타 트랙을 추가했다. 두 달 뒤인 7월 11일 해리슨이 리드 보컬을 덧입혔으며 곡 길이는 5분 32초로 줄어들었다. 그 후 박수소리와 매카트니의 백킹 보컬이 더해졌고 8월 15일 오후 바이올린, 비올레,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의 현악 파트를 동원해 최종녹음이 끝났다. 마침내 몇 달 동안의 긴 작업을 거친 명곡 'Something'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최종 러닝타임은 3분 2초.
'Something'을 통해 조지 해리슨이 얻은 가장 큰 결실은 아무래도 존 레논, 폴 매카트니에 뒤지지 않는 자신의 송라이팅 실력을 만천하에 뽐냈다는 것이다. 해리슨은 이 곡에서 정말 뛰어난 멜로디 감각을 선보이며 최고의 작곡가 반열에 오른다. 그전까지는 조지의 노래를 한참 아래로 보고 결코 인정하지 않았던 존과 폴도 'Something'에 대해서는 매우 높이 평가했다. 레논은 “< 애비 로드 > 앨범에서 가장 훌륭한 곡 같아요. 정말요”라고 말했고 매카트니는 “조지가 쓴 최상의 곡입니다”이라고 논평했다. 비틀스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도 놀랐다. “'Something'은 조지의 첫 싱글이었습니다. 엄청난 곡이었어요. 솔직히 조지가 그런 곡을 썼다는 것에 매우 놀랐습니다.”
그동안 무시 받고 서러웠던 조지 해리슨도 'Something'으로 큰 보람과 보상을 얻었다. 1969년 5월 비틀스의 앨범 < 애비 로드 >에 먼저 실렸던 'Something'은 몇 달 뒤인 10월 6일 싱글 A면으로 존 레논의 'Come together'와 함께 발매되어 미국 차트 1위에 오른다. 비틀스 음반에 수록되었던 곡이 싱글로 나오기는 이번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또 'Something'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롯해 프랭크 시내트라, 제임스 브라운, 스모키 로빈슨 등의 가수에게 150회 이상 커버되면서 매카트니 작품인 'Yesterday'에 이어 비틀스 곡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리메이크된 노래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는 큰 오해다. 사실 'Something'과 패티 보이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곡의 모티브는 순전히 제임스 테일러의 노래 'Something in the way she moves'에서 가져왔다. 그 당시 제임스 테일러는 애플사와 계약한 신인이었고 1968년 7월부터 10월까지 애플 스튜디오에서 레코딩 세션을 하고 있었다. 9월의 어느 날 스튜디오에 들른 해리슨은 테일러의 곡을 들었다. 그리고는 영감이 번뜩 떠올라 곧바로 'Something in the way she moves'에서 첫 가사를 그대로 따와 'Something'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6년, 호주 음악사이트 < 언더커버 >와의 인터뷰에서 조지 해리슨은 'Something'과 패티와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그 사실을 부인했다.

조지 해리슨 :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썼을 뿐인데 그 다음 누군가가 비디오에 같이 붙여놓았어요. 그들은 일부러 그 당시의 나와 패티, 폴과 린다, 링고와 모린, 그리고 존과 요코의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그걸로 작은 비디오를 만들었죠. 그래서 다들 내가 패티에 대해 썼을 것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하지만 실은 'Something'을 쓸 때 나는 레이 찰스가 그 곡을 부른다고 상상하면서 썼어요.
실제로 조지 해리슨은 그 시절 종교에 심취하면서 아내 패티와의 사이가 벌어질 때였다. 패티도 아니라면 'Something'은 과연 누구를 위한 발라드였나. 개인적인 가설을 말해보자면, 앞서 화이트 앨범의 'Long long long'과 마찬가지로 'Something'도 신(神)을 향한 노래다. 첫 소절을 살펴보자.
Something in the way she moves 그녀의 움직임 속에는 무언가 있어서
Attracts me like no other lover 다른 어떤 연인보다도 나를 매혹하죠.
Something in the way she woos me 그녀가 내게 바라는 무언가 있어요.
I don't want to leave and how 난 떠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You know I believe and how 당신은 내가 믿고 있는걸 알잖아요. 어떻게 하나요.
가만히 잘 들어보면 그냥 평범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연정의 대상인 '그녀'(she)가 아주 미묘하고 포착하기 어렵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녀'를 '신'으로 의역해보면 오히려 더 잘 이해된다. 그 당시 해리슨이 힌두 신 크리슈나(Krishna)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크리슈나를 묘사한 곡이라는 주장도 있다. 크리슈나는 'All Attractive One', 즉 '모든 것이 매력적인 분'이라는 뜻이다. 크리슈나 신도이자 조지 해리슨의 절친한 친구였던 샤마순다르는 조지가 그 'All Attractive One'을 “Attracts me like no other lover”라는 가사로 변형했다고 증언했다.
꼭 크리슈나가 아니라 할지라도 조지 해리슨은 'Long long long'을 시작으로 'My sweet lord' 'Awaiting on you all'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Give me love (Give me peace on earth)' 'Sat singing' 등 솔로시절 내내 신에 대해 여러 곡을 쓴다. 그러나 그는 완전히 드러내놓고 신을 노래하지 않았다. 언뜻 봐서는 잘 알아챌 수 없도록 아주 은근하고 은밀하게 신을 이야기했다. 그것이 해리슨 스타일의 신앙고백이었다. 어찌됐든 샤마순다르에 따르면, 믿거나말거나 조지가 'Something'에 대해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샤마순다르, 그때 나는 'she'라는 단어를 써야했어. 아니면 불합격됐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