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1969년에 기계 문명의 부작용과 환경 파괴를 비판하며 지구 종말을 암시했던 재거 앤 에반스(Zager & Evans)의 'In the year 2525 (Exordium & terminus)'도 대표적인 '경고'송으로 꼽힌다. 물론 이 곡은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을 염두하고 쓴 곡은 아니었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1969년 6월 차트에 데뷔한 곡은 당시 전 인류의 화젯거리로 떠오른 달 착륙의 성공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짧고 굵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In the year 2525'는 사회적인 메시지나 파급력을 고려했다기보다 본디 발라드 일색이던 듀오의 공연 레퍼토리에 변화를 주고자 녹음했던 곡. 다소 조용하던 그들의 공연에서 마이너 풍의 빠른 템포와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곡은 분위기를 전환하기에 제격이었다. 2525년부터 1010년씩 나아가는 전개와 가사에 담긴 냉소적이고 섬뜩한 메시지가 무엇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3535년에는 진실과 거짓을 말할 필요도 없지. 그 날 그 날 네 생각과 말들이 캡슐에 담겨지거든.
4545년, 이도 눈도 필요 없어. 씹을 필요도 없고 누구를 바라볼 필요도 없으니까.
5555년, 너의 팔은 허리에 걸쳐있고, 다리는 할 일이 없어. 기계가 모든 걸 대신해.
6565년에는 남편도 아내도 필요 없지. 긴 유리관 속에서 아들이나 딸을 꺼내면 되니까.
9595년에도 인류가 생존해 있을지 궁금해. 인간들이 지구로부터 전부를 빼앗아가고 되돌려준 것은 그 무엇도 없거든.
10000년, 인류는 그동안 깨닫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끝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는 'In the year 2525'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듀오는 500달러를 투자해 이를 음반으로 재생산하기에 이른다. 1968년 말 텍사스의 지역 레코드사인 트루스 레코드(Truth Records)에서 발매된 싱글은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인기를 얻었고 1969년 급기야 유명 레이블인 RCA 레코드사와 배급계약을 체결해 전미대륙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는 13주 만에 곡이 차트에서 이탈하며 막을 내렸다. 당시 1위곡이라고 하기엔 다소 짧은 세 달 남짓한 랭크 기간 이후 두 번째 싱글인 'Mr. Turnkey'가 싱글 차트 진입에 실패했고 더 이상의 싱글 히트곡을 만들어 내지 못한 이들은 급기야 듀오를 해체하기로 결정한다. 릭 에반스는 그 뒤 솔로 뮤지션으로 데뷔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한 생활을 이어갔고, 데니 재거는 고향인 네브라스카 주 링컨 시에서 기타 강사 겸 기타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