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니앨범은 브로큰 발렌타인이 트리오에서 5인조 체제로 팀을 정비한 후 발표하는 첫 번째 음반이다. 지난 2002년 식스 어거스트(6. August)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입문한 이들은 2007년 팀명을 바꾸고 음악도 재정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2년여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최근 인디씬이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브로큰 발렌타인은 음악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트 그런지를 기반으로 얼터너티브, 코어적인 요소까지 녹여 낸 입체적인 조성은 이들의 폭넓은 음악 성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다양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흐트러짐 없이 색이 분명하다. 강력한 기타리프와 중저음의 보컬은 웅장한 중량감을 만들고 멜로디 또한 심플해서 군더더기가 없다. 조임과 풀림의 능숙한 전개, 속도감은 짜릿한 긴장감까지 연출해낸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계륵이 하나 숨어있다. 1분 20여초의 강렬한 인트로가 지나면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음악,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가 등장한다. 이 곡이 음반의 타이틀이라는 게 정말 의외다. 오히려 아시안 비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Answer me'는 마지막 트랙으로 밀려났다. 2030세대라면 익숙할 타이틀곡의 멜로디는 충분히 대중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자칫 브로큰 발렌타인을 패닉의 아류라는 그림자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에 대한 아쉬움은 접어두고, 음악 자체만 보자면 탄탄한 연주와 안정된 사운드로 속이 꽉 찬 앨범이다. '대상을 받을 만하냐?' 라는 질문에 '그러하다!'고 대답할 수 있다. 상이라면 일단 기대와 의심부터 품게 되는 속된 마음에 만족감을 채워주는 음반이다.
-수록곡-
1. This time reprise (작사 반 / 작곡 변G, 반)
2.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Panic cover song / 편곡 성환)
3. M. K Dance (작사 반 / 작곡 반)
4. 화석의 노래 (작사 변G / 작곡 변G)

5. Answer me (작사 변G / 작곡 변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