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목소리에서 문득, 2년 전 카니발의 '거위의 꿈'(이적 작사/김동률 작곡) 속 인순이를 자연스레 되새기게 된다. '겨울바다'를 부르는 그의 성량이나 감정 조절이 그 때와 여러모로 상통한다. 그런데도 식상함보다는 반가움이 앞선다. 전략적으로 볼륨을 줄이는 선택을 피하고 자연스런 감정의 흐름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니발에 이어 다시 한 번 유명 싱어송라이터의 명곡을 품에 안은 인순이. <유영석 20주년 기념 앨범>에 참여해 '겨울바다'를 다시 부른 그녀는 남녀노소 불문, 성별세대를 뛰어넘은 대중적 히트곡의 공감매력에 그 특유의 보컬 감성을 가미. 푸른하늘의 애절한 톤과는 달리 담담하고 관조적인 어조로 재해석했다. 세련미를 포용한 성숙미!

배후를 수놓은 소리의 풍경 또한 피아노와 관현악 앙상블이 실제 겨울바다 파도의 넘실거림을 일렁임으로 변주해냈다. 곡조와 어조의 표현법에서 원곡과는 세세한 질감이 다른 음악터치를 느낄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다이너마이트 디바'의 또 다른 반면매력을 만날 수 있는 굿 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