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픈가보다. 영국 음악에까지 손을 내밀었다. 첫 곡 'Heartbreak warfare'는 점점 상승하는 유투의 전매특허 사운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처연한 기타와 애조 띤 존 메이어의 보컬이 광채를 발하는 'All we ever do is say goodbye'는 콜드플레이의 아련한 감성을 받아들였다.
또한 담백한 보컬과 윤기 넘치는 기타는 연일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던 옛 여친 제니퍼 애니스톤과의 이별 그 후를 노래한다. 실연 당한 남성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첫 싱글로 발매된 서정적인 포크 팝 'Who says', 세련된 블루스 팝 넘버 'Perfectly lonely' 등에서 존 메이어는 사랑의 잔해는 결국 '전쟁'이었음을 일갈한다.
그러나 존 메이어는 사랑에 실패했다고 좌절하는 루저가 아니었다. 오히려 '위너(Winner)'의 위용을 도도히 뽐내고 있다(모든 것을 초월한 듯 먼 곳을 응시하는 재킷 사진을 보라!). “계속해서 싸울 겁니다 / 모두들 계속해서 싸우죠 / 난 포기하지 않아요 / 방황도 하지 않죠”라고 말하는 'War of my life'에서 그의 자신감은 최고조에 올라있다. 패자의 역습이다.
그의 '강심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블루스를 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블루스 뮤지션 로버트 존슨의 대표곡이자 에릭 클랩튼이 거쳐간 크림의 재해석으로 유명한 'Crossroads'에서 절정에 달한다. 기념비적인 블루스 명곡은 키보드처럼 소리를 만들어낸 존 메이어의 기타와 스티브 조단의 둔탁한 드럼에 의해 철저하게 해부됐다. 전작에서 보여준 지미 헨드릭스의 'Bold as love'의 커버를 훨씬 능가하는 해체, 조합이다.
존 메이어는 별일 없이 산적이 없다. 화려한 사생활 때문에 타블로이드 최고의 뉴스 메이커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고, 뛰어난 음악성을 담고 있는 작품들로 인해 아티스트의 대접을 받은 지도 오래다. 어찌 보면 뮤지션의 이력에 오점을 남기는 지점일 수 있지만, 존 메이어는 영리하게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잘 돌파해 나간다. 음악 내공이 강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이번 음반이 대답이다.
-수록곡-
1. Heartbreak Warfare

2. All We Ever Do Is Say Goodbye
3. Half Of My Heart (with Taylor Swift)

4. Who Says

5. Perfectly Lonely
6. Assassin
7. Crossroads

8. War Of My Life
9. Edge Of Desire
10. Do You Know Me
11. Friends, Lovers Or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