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하 박진영의 본토 흑인 음악에 대한 지향이 낳은 또 하나의 산물. 이번엔 5인조 걸 그룹이다. 단순한 곡 구성과 코드워크, 크렁크앤비의 잔향은 박진영의 현재의 음악 성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곡의 흡인력이 그리 강하지 않고, 후렴부에서 '아이러니'의 반복도 곡 전체와 깔끔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강렬한 율동과 함께 선보이는 라이브를 듣고 있으면 확실히 여타의 걸 그룹과는 다른 실력을 갖추었음을 느낄 수 있지만, 결국 그녀들의 가치도 청각적 만족보다는 시각적 쾌락에 치우쳐 있음에 근본적으로는 다를 바 없다.
한동윤 박진영의 야심이 투영된 팀 이름과는 다르게 전혀 원더(wonder)하지 않은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아이러니를 통감한다. 그러나 노래에 가려진 신시사이저 소리가 아까울 정도로 미니멀 비트의 깔끔함 하나는 괜찮다.
윤지훈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 중 박진영이 영미의 감성에 가장 충실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매끈하게 잘 뽑힌 사운드는 귀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박진영의 또 다른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지오디, 비와 다를 것이 없는 랩은 박진영의 입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아이돌을 자처하는 팀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 왜 똑같은 말을 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나. 똑같은 노래들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