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비트를 긴장감 있게 몰아대던 'Moai'의 역동적 느낌이 줄고, 주요 멜로디를 다소 느릿하게 침잠시킨 나른한 곡으로 돌아왔다.

현 시점 유행 음악들과 확연히 분리선을 긋는 차별성을 고수한 것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생동감 있고 듣는 재미가 확연했던 'Moai'에 비해 'Juliet'은 다소 맥이 빠진 듯 들린다.

현실에 눈 감고 '미스터리'를 탐하는 것은 더 이상 시대정신의 담지자이길 거부한다는 해석으로 정당화될 수 있고, 방송 진행에 전례 없이 개입해 논란을 부른 것은 거대한 미디어 권력에 저항하는 뮤지션의 자기 권리 찾기로 미화될 수 있다. 하지만 선율감과 흡인력이 쇠한 서태지를 보완할 것은 마땅치 않다. 반복 청취에 중독될 정도로 잘 끌리는 곡을 써내던 그의 재능이 'Juliet'에선 발견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