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외모가 아닌) 외양은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앨범 크레딧에 썼듯이 이번 미니 앨범 녹음은 제주-김포 이원시스템으로 진행되었고, 박경환과 유상봉은 각각 제주와 김포라는 본인들의 거주지에서 음악을 만들었다. 재주소년 데뷔작이 그랬던 것처럼 여기에서도 그들의 '골방 미학'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아가 타이틀곡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역시 어쿠스틱한 기타와 조근조근 들려오는 목소리가 영락없는 재주소년이다. '군대'라는,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를 지났음에도 그들은 '군인 아저씨'가 되지 않았다. 여전히 서늘한 바람에도 가슴이 찢어진 것처럼 생채기가 나던 어린 시절, 그 모습이다.
그러나 1분여의 잔잔한 연주 '아침을 기다리며'를 지나서 나오는 '두 번째 룰'은 그들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준다.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가 그려진 앨범 자켓처럼 몽환적인 사운드가 귀를 파고든다. 잔잔한 보이스는 그대로지만 읊조리는 가사 역시 달라졌다. 소년의 설레는 마음이 아닌, 다 커버린 청춘의 여유가 보인다.
그제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메시지도 한층 성숙했음을 알게 된다. 가장 단적인 예가 '이젠 길을 잃어도 두렵지 않은 내 어린 마음'이라는 구절. 이별 앞에 마냥 아프고 괴로운 사춘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라는 약속을 통해 기다리겠다는 언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한숨은 감추고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어른스러운 모습이다.
재주소년이 '청년'이 되었음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음악은 보너스 트랙 'Slip in the beach'다. 5분 정도의 침묵 뒤에 흐르는 것은 어쿠스틱 기타가 아닌 전자 기타 소리다. 느리지만 다소 강한 사운드는 여느 우울한 인디 록밴드들을 떠올리게 한다.
본인들의 성장을 간접적인 단어로 감추고, 달라진 모습을 5분의 공백 속에 숨겨버렸다. 그만큼 재주소년이 가진 '소년'의 정서가 그들의 정체성이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마 이 앨범이 정규작이 아닌 EP인 이유도, 여전히 그들이 소년이길 바라는 대중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재주소년의 매력은 솔직한 음악을 한다는 데 있었다. 꾸미지 않고 순수하며, 그래서 풋풋한 느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나이가 들고 변화하는 모습이 그들의 음악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 당당해져도 괜찮다. 그들이 성숙하는 만큼, 대중도 그들을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음악을 하는 재주소년의 강점이다.
- 수록곡 -
1. 아침을 기다리며
2. 두 번째 룰

3.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4. Send
5.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Radio Edit)
6. Slip in the beach (Bonus Track)
전곡 작사 / 작곡: 재주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