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Moai'를 자신들만의 버전으로 편곡해 부른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된 3인조 밴드 바닐라 어쿠스틱(Vanilla Acoustic)의 첫 EP가 나왔다. 'Moai'를 비롯해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의 노래를 커버한 '가지마 가지마', 첫 자작곡 'Vanilla rain' 등을 인터넷으로 접한 이라면 팀 이름처럼 어쿠스틱한 향을 내는 반주와 보컬을 담당하는 성아와 나래의 청아한 음성에 이미 매료되어 정식으로 음반이 출시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 같다.

이 노래는 그러나 그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겨울철에 어울리는 내용의 가사를 실은 하우스 비트의 음악을 들으면 이들이 과연 그 바닐라 어쿠스틱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전까지 보여 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코러스를 앞에 세워 강세를 두고 브리지 대신에 후렴을 몇 번씩 반복하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주류 댄스곡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들이 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의 'Love'를 불러 UCC로 올린 적이 있었기에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지만, 이 노래만으로는 확실히 바닐라 어쿠스틱만의 지향을 나타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Snow holic'은 시즌송으로, 자칫 '어쿠스틱'으로만 갇힐 수도 있을 이미지를 벗어내기에 괜찮은 곡이다. 앨범의 나머지 다섯 곡은 팀의 색깔이 어느 정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