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템포 발라드의 탓인지, 점점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팬들의 부재 탓인지, 요즘 노래는 버스(verse)의 A 8마디, A' 의 8마디를 지나면 바로 훅(hook)으로 들어가 버린다. 팬들은 어서 빨리 주요부분의 캐치한 선율을 듣고 싶고, 작곡가들은 질질 끄느니 짧게 짧게 가다가 굵은 선율로 한 번에 끝내겠다는 고단수의 접근이다. 방시혁이 전두 지휘한 백지영의 신곡 '총 맞은 것처럼'은 이런 곡의 구성은 물론이고, 미처 한 방의 선율을 듣기도 전에 제목에서부터 눈을 자극한다. '가슴에 총을 맞은 것처럼 구멍이 났다'라는 직설적인 가사는 단조롭고 약간은 상투적인 작법과 함께 듣는 이들을 그 간결함과 (작곡 구성의)촌스러움에 밀착하게 한다. 이는 제작자의 히트 방식이고 팬들의 요구사항인 것이다.

'사랑 안 해' 이후 발라드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그녀는 팬들과 작곡가가 만든 이런 아늑한 둥지에서 아직은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주 조금 더 단순해지고 점층적으로 쌓아 올리는 곡의 구조는 뻔한 공식을 애써 숨기지 않고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 같다. 만약, 고음에서 날카로웠던 목소리가 조금 다듬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허스키한, 그래서 더 애절하게 들릴 수 있는 음색이 아니었더라면, 이 무수한 신파적인 곡들 중에서 팬들의 사랑을 이렇듯 꾸준히 받아올 수는 없지 않았을까. 단순하고 간결한 히트 공식의 너무나 충직한 재현, 그래서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총 맞은 것처럼'에서 조차도 그것 하나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