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슬 박정현이 동양적인 색채가 강했던 '달'(5집 수록곡)을 불렀을 때, 이전 곡들과 그리 큰 간극을 느낄 수 없이 자연스러웠던 것은 자신의 주특기인 알앤비 창법을 기저에 삼고 흐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휘성은 변화를 위한 준비가 조금 서툴다는 느낌이다. 그는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강박에 있다. 본토의 그것 보다는 조금 약한 듯한 흑인 필도 '절제'라는 단어로, '한국형 알앤비'라는 멋진 말로 대신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그였다. 넘실대는 리듬을 타며 힘차게 멜로디를 끌고 가는 파워까지 냉정하게 내칠 이유는 없었다.
이대화 휘성의 음악은 너무 보수적이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이 곡에서도 동양적인 색깔을 구현하는 방법이 너무 흔하고, 정통만 추구하며, 심하게 틀에 얽매어 있다. 별 것 아닌 평범한 느낌을 주는데, 화려한 스케일까지 자랑하는 바람에 다소 과도하다는 소화불량에 이르게 한다. 젊은 가수의 신선한 상상력이 아쉽다.
윤지훈 영화 '중천'의 사운드트랙에 실리게 될 휘성의 신곡이다. '오리엔탈 발라드'라고 홍보를 할 정도로 동양적인 색채를 한껏 가미시킨 곡이다. 영화가 무협물이니 만큼 수긍할 만한 기획이다. 다만, 동양인이 스스로 자신의 색을 녹여냈을 텐데 곡을 듣노라면 서양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것을 버리고 있었던 듯. 이젠 그걸 표현하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비난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신혜림 가수나 작곡가, 편곡의 퀄리티 등은 차치하고, 일단 이미지가 주는 관념에 갇혀버린 싱글이라는 것이 가장 아쉽다. '선율은 동양적으로, 현은 슬프게'를 기조로 두고 그 구호에만 맞춰서 만들어 낸 음악처럼 들린다. 조금 더 유연한 작가정신이 있었다면 보컬이 이렇게 묻히지도, 노래가 진부해지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음악계가 어려운 시점이라지만, 노력없이 울기만하는 아이에게는 떡 물리기도 싫은 법이다.
엄재덕 영화 성격과 요구에 맞추다 보니 이런 곡이 나왔으리라 짐작한다. 그래도 반복과 복제는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