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솔직히 < Revolver >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다소 침체되었던 밴드의 에너지를 회복시키기에는 충분한 작품이다. 'Lyla'가 포함된 < Don't Believe The Truth >부터 활기를 찾기 시작한 오아시스(Oasis)는 이제 비로소 음악적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예의 멜로디 감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까칠한 질감과 거침없이 질주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곡의 전개가 좋다. 한마디로 록큰롤 특유의 왁짜지껄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다.
데모를 녹음하는 기분으로 작업에 임했다는 노엘(Noel)의 말대로 타이틀곡 'The shock of the lightning'은 까끌까끌한 질감이 강조됐으며 수록곡 중 볼륨이 가장 높다. 후반부에 가서 폭발하는 드럼의 흥분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기도 하다. 블루스(Blues)와 싸이키델릭(Psychidelic)의 느낌이 반반씩 섞인 'Bag it up'의 정돈되지 않은 모습도 결국은 이 앨범이 록큰롤의 원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음을 알게 해준다.
예의 멜로디 감각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앨범미학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구현하고 있다. 모든 수록곡들이 까칠한 질감을 가진 덕분에 일관된 면이 있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존 레논(John Lennon)의 잔향이 느껴지는 'I'm Outta time'에서의 리암의 노래부르기 방식은 훨씬 유연해졌고 성숙해졌다. 쓸쓸한 무드가 이 가을에 들으면 딱이지 싶다. 또한 인도 라가풍의 이국적인 선율이 유유히 흐르는 'To be where there's life'는 앨범에 다채로운 분위기를 부여한다.
기존의 패턴에 안주하지 않고 이런 변화와 새로운 시도들을 감행하는 모습이 앨범을 더욱 감동적으로 들리게 한다. 원래부터 오아시스가 가지고 있었던 최대 장점이기도 하지만 까칠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따뜻함이 묻어나는 '인간적인' 소리가 이번 앨범 전체를 휘감고 있다. 영적인 기운이 은은하게 감도는 끝 곡 'Soldier on'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듣게 만드는 힘은 인정해야만 한다. 킬러 싱글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래도 오아시스는 이번에도 평균치 이상의 노래들을 들려주고 있다. 이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바다.
-수록곡-
1. Bag it up
2. The turning
3. Waiting for the rapture
4. The shock of the lightning
5. I'm outta time

6. High horse lady
7. Falling down
8. To be where there's life

9. Ain't got nothing
10. The nature of reality
11. Soldier 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