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TV와 라디오 MC로 데뷔
1999년 KBS 2FM <임백천의 뮤직 쇼> 진행
2003년부터 현재 KBS 2FM <임백천의 골든 팝스> 진행
초등학교 내내 줄곧 동요에 관심을 가져 '초록빛 바다' '나뭇잎 배' 등을 열심히 불렀고 또 매우 중요시했다. 이 마음은 지금도 같아서 아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동요를 수십 곡 부르게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 6학년 이전에는 대중가요를 몰랐고 감성도 따라가지 않았다.
이것을 바꾼 인물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알게 된 송창식 윤형주의 트윈 폴리오였다. 이들의 노래 'Ace of sorrow' '하얀 손수건' 등은 나로 하여금 통기타를 배우게 했으며 생소하기만 했던 대중음악이라는 것과 만나게 해주었다. 그들의 하모니는 마치 천사의 음성처럼 달콤했다. 진정한 나의 음악 시작이었다. 트윈 폴리오 때문에 나는 이후에도 듀엣이 전하는 하모니 보컬 음악에 상당히 매료되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그러나 여의도 고등학교 시절로 같은 학교 1년 후배 원태민의 영향으로 접하게 된 폴 사이먼(Paul Simon)이었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 시절의 음악은 물론, 그가 솔로로 내놓은 곡들인 'Me and Julio down by the schoolyard' 'Duncan' 'Kodachrome' '50 ways to leave your lover' 'I do it for your love'에 사경을 헤매듯 미쳐버렸다. 그의 음악은 나의 통기타에 대한 애정을 결정하다시피 했다. 나중인 1986년 그가 발표한 월드뮤직 앨범 < Graceland >은 음악적인 면에서 하나의 기념비로 역사에 그리고 나에게도 남아 있다.
열심히 통기타에 취해있을 때 도저히 흉내가 안 되는 기타가 마치 날벼락처럼 내게 날아들었다. 그게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었다. 이때 바로 기타를 놨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가. 그를 통해 난 가장 기본적이고 절대적으로 중요한 장르가 블루스라는 것을 깨우쳤다. 1978년 싱글로 나온 'Wonderful tonight'는 세월에 불변할 명작이다.
그가 1997년 10월에 내한공연을 가졌을 때 리스트를 보니 이 곡이 빠져있는 것이었다. 난 기획사 예스컴의 윤창중사장에게 '이게 없다는 게 말이 되나' 하며 강력 주장했다. 아무리 들어도 경이로운 명 기타리프이며 그 톤은 가히 '슬로 핸드'라는 별명답다. 쓸데없는 음이 하나도 없고 어찌 그리 음을 잘 잡는 것인지.
더 경배되어야 할 것은 그의 인간적 면모, 휴먼 터치일 것이다. 한국에 와서 티셔츠 하나 입고 이태원에서 옷을 사고 거리에서 떡볶이를 먹으로 다니는 그 서민적 심성은 대가의 풍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 <골든 팝스>에서도 에릭 클랩튼의 'Let it grow' 'Promises' 'Double trouble' 'Change the world'는 선곡의 단골 메뉴들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한 곡을 꼽으라면 1977년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서울대 트리오의 '젊은 연인들'이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여/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꼭 잡고/ 따스한 온기를 나누리...'
이 곡의 주술에 걸려 나도 이듬해 2회 대학가요제에 나가게 됐으니까. 친구들 다들 1회 대상곡인 '나 어떡해'라고들 했지만 난 이 곡에 끌렸다. 비록 사견이지만 대학가요제 역사를 통틀어 단연 백미가 아닐까 한다. 요즘 학생들은 이런 곡을 만들려하지도 않고 부르려하지도 않는다. 여기에는 젊음의 낭만도 있고 시각에 따라선 '저항'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좀 전에 듀엣의 하모니를 말했는데 트윈 폴리오 이후 어니언스의 '사랑의 진실' '작은 새' '편지' 등의 곡을 열렬히 사랑했다. 임창제 이수영 두 사람의 포지션은 트윈 폴리오와는 또 달랐다. 백순진과 김태풍 시절의 4월과 5월 또한 잊을 수 없다. '옛 사랑' '화' '욕심 없는 마음' '등불'이 전하는 멜로디와 보컬 화음은 넋을 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워라'로 유명한 여성 듀오 현경과 영애도 좋아했다.
신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힙합과 일렉트로니카만을 전부로 치지 말고, 그것이 최고의 선(善)인양 여기지 말아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문화의 몰이해이자 편견이다. 과거의 음악, 선배들의 음악유산을 인정하고 접해야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편식이 몸에 나쁜 것처럼 '편음'도 유해하다.
난 심지어 트로트도 우리의 핏속에 흐르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왜 파두와 칸초네는 인정하면서 우리의 '뽕짝'은 거들떠보지 않는 것인가. 난 대선배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을 높이 평가한다. 어렸을 때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불러 어머니한테 용돈을 받은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젊었을 적 비록 포크를 하고 블루스를 좋아했어도 내 몸에는 먼저 트로트가 들어와 있던 셈이다.
디스크자키로서 당기는 곡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Superstition'(1972년)과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Sweet home Alabama'(1974년)이다. 전자는 미스터 경이의 작품답게 한번 연구해볼 가치의 노래라고 생각하며 레너드 스키너드의 곡은 자연스레 몸을 움직이고 싶을 정도로 흥을 잘 다뤘다.
마지막으로 비틀스(Beatles)는 기본이다. 그들의 'In my life' 'Day tripper' 'Penny lane' 'A day in the life' 'I will' 'Martha my dear' 'Here comes the sun' 'Let it be' 등은 멜로디와 편곡이 절묘할 뿐 아니라 미학적으로 완성도도 높다. 그들로 음악청취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임진모씨 수고 많고, IZM의 5주년도 축하드린다.
인터뷰, 정리: 임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