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디제이 섀도우(와 그의 동료들이 선보인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이 단지 기이한 것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그런 식으로 완성된 사운드의 흐름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여행(trip)을 하는 기분을 제공하곤 했으며, 일종의 청각적 경치와 파노라마, 이른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제시하는 것이었기에 '트립 합'이란 이름이 자연적으로 붙게 됐고 곧 1990년대에 탄생한 주요한 음악 트렌드가 되기에 이른다.
짧게는 영국의 힙합, 포스트 하우스 신(scene)에서 파생된 다운템포 음악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일렉트로니카 부류 중 '축축하지만 가장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축약할 수 있다. 구체적인 음악적 특징으로는 애시드 재즈, 리듬 앤 블루스, 고전 소울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흑인음악 특유의 끈적끈적한 분위기, 브레이크비트나 드럼 앤 베이스의 베이스라인을 쫙 늘려놓은 것처럼 사이가 큰 비트(이와 같이 넓은 간격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스네어 드럼만으로 때로는 킥 드럼만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기도 한다)와 보컬 파트에서는 특히, 여가수들을 기용하여 우울하고 음습한, 심하게는 자폐적인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나타냄을 지목할 수 있다. 그러한 어둡고 느릿느릿한 표면적 질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로즈(Rhodes) 피아노와 플루트, 색소폰 등의 샘플을 반복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이 장르의 별칭 브리스톨 사운드는 90년대에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 브리스톨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로컬 밴드들에 의해 지어졌다. 이들은 트립 합을 대량 생산하였으나 영국 내의 다른 지방이나 타(他) 국가의 밴드들이 그 형식을 모방할 때 자신들은 도리어 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피했고 차라리 그것을 힙합과 구분 짓지 않으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그들만의 독창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렉트로니카 유닛인 엉클(UNKLE)의 창립 멤버이자 유명한 트립 합 레이블 < Mo'Wax >의 소유주 제임스 레이벨(James Lavelle)은 “미국과는 달리 영국의 힙합은 언어적, 시적 기술이 부족하다. 그러나 영국의 아이들은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강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이와 같은 언급은 결국 트립 합이 영국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을 짧으면서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트립 합의 대표 아티스트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브리스톨 3인방'인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트리키(Tricky), 포티스헤드(Portishead)를 꼽으며 앤디 발로우(Andy Barlow), 루이스 로즈(Louise Rhodes)로 이뤄진 혼성 듀오 램(Lamb)이나 워싱턴 출신의 시버리 코포레이션(Thievery Corporation), 팝 적인 감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스니커 핌스(Sneaker Pimps)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또한, < Mo'Wax >, < Wall Of Sound >, < Ninja Tune >, < Cup Of Tea > 같은 트립 합을 주 종목으로 하는 레이블들의 등장은 이 형식의 대중화는 물론 마니아층의 호응을 가속시켰으며 어느 정도 경쟁 심리를 부여해 더욱 다채로운 시도와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트립 합과 관련된 앨범
Massive Attack < Blue Lines >
Morcheeba < Big Calm >
Lamb < Fear Of Fours >
Goldfrapp < Felt Mountain >

Portishead < Dummy >
Sneaker Pimps < Splinter >
UNKLE < Never, Never, Land >
Tricky < Nearly Go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