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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쓰
- DATE : 2004/06 | HIT : 1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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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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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쓰(Diss)란 무엇인가?
최근에 매스컴의 보도대로 '디쓰(Diss)'라는 어휘와 더불어 '디쓰 문화'의 출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디쓰는 원래 미국 랩 가수들이 라임(노랫말)을 통해 상대방을 싸잡아 비난하고 헐뜯는 공격적인 어조를 말한다. 그런 언술 방식은 이미 미국 본토 힙합 씬에서는 보편화된 수준. '경시', '경멸'을 뜻하는 'Disrespect'의 준말로 사전적 정의로는 '모욕하다', 혹은 '창피를 주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요즘 갑작스레 이 말이 인터넷상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국내 연예계에 '서로 씹고 씹히는' 일대 공방전이 한바탕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하늘이 베이비 복스의 투팍(2Pac) 음원 사용을 껄끄럽게 여기며 '섹스 가수', '미아리 복스' 등의 여성비하 발언을 한데서 비롯되었다. 이 사건은 급기야 가요계 선후배간에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랩 가수 조PD는 새 앨범의 수록곡 '변태여우'에서 특정 여성 연예인의 사생활을 비난하는 가사를 싣기도 했다.
과거에도 이은미 등 라이브 주력가수들의 립싱크 가수를 향한 '쓴 소리' 파문이 화제를 모았다. 문제는 뭔가 심상치 않다 싶으면 금세 인기 검색어로 부상하는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그런 디쓰 문화에 대한 수요와 관심은 이내 증대되리라는 예상이다.
디쓰의 본격적인 역사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의하면 뉴욕 브롱스 출신의 갱스터 래퍼 팀 독(Tim Dog)이 그 무렵 자신의 곡 'Fuck Compton'에서 서부를 대표하는 갱스터 랩 그룹 NWA를 비방하면서 동서 힙합 진영간의 냉전 불씨를 댕겼다. 주지하다시피 NWA는 서부 캘리포니아 콤튼(Compton) 지역을 중심으로 결성되었으며 그들의 음반 제목이 바로 <Straight Outta Compton>이었다. 여기에서 시사하듯 하드코어 갱스터 랩의 특성인 폭력적이고 과격한 메시지로 일관하던 동부와 서부 랩의 충돌이 그 출발선상에 오른다.
동서 랩 전쟁은 총격으로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라이벌 투팍 샤커와 비기 스몰스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예. “네 마누라(여가수 페이스 에반스)랑 잠자리를 가졌다”는 투팍의 공개적인 발언에 감정이 상했던 노토리어스 B.I.G.(비기 스몰스)와의 살벌한 대립이 그 유명한 디쓰 사건이다. 그들의 치열한 언어 배틀은 결국 둘의 비극적 죽음으로 종식되었다.
근래에는 피프티 센트(50 Cent)와 자 룰(Ja Rule) 두 흑인 랩 가수간의 총질로 비유되는 비프(Beef)가 또 한 차례 험악한 분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비프는 속어로 '불평하다', '도살하다'라는 뜻도 함축하고 있으며 그것도 디쓰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백인 래퍼 에미넴의 디쓰는 날카롭고 신랄한 가사로 이미 매스컴의 입방아에 수차례 오르내렸다. 그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프레드 더스트, 모비 등 팝 스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모욕적인 디쓰를 가한 말썽꾸러기 독설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훗날 에미넴은 자서전을 통해 “나의 디쓰는 대중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일종의 쇼맨십과도 같은 것”이라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때로 디쓰는 인기를 위한 상업적 전략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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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 김獨(quincyjon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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