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거짓말' 이후로 전국적인 호응을 얻는 행운을 안았다. 타이틀 곡 'Tell me'는 디스코의 독특한 맛깔을 살리면서 연일 포털사이트의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앨범을 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홍보전선에 우려가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입소문과 영상 '퍼가기'를 통해서 열풍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가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도 듣고 신나니 플레이어에 저장 목록 1호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디스코 가수 스테이시 큐(Stacey Q)의 원곡 'Two of hearts'를 샘플링 한 'Tell me'는 멜로디를 제외한 리듬과 편집기법에 중점을 두었다. “Tell me, Tell me te te te te...”로 이어지는 청각적인 재미는 소몰이 창법에 지친 대중들에게 청량제 같은 역할이 되었다. 엄숙함을 상징하는 클래식 번안이 많은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흐름에 밝은 박진영이 실험을 던진, 모험과도 다름없어보였다. 일전에 원 코드(One code)에 대한 야심찬 욕심으로 만든 'Irony'가 반응이 없자 아예 '복고'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70년대의 디스코(Disco)와 소울(Soul), 80년대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사운드가 돋보이는 앨범의 색깔은 두 갈래다. 같은 디스코 리듬을 활용했더라도 소울 성향이 강한 'I wanna'는 보컬 능력이 뛰어난 민선예와 박예은을 전면부에 배치시켜 'Tell me'와 차이를 보인다. 어지러운 듯한 신디 사운드에 엠씨 해머식의 코믹한 랩이 곁든 'Headache'이 타이틀 곡 노선이라면 '뭐 어때'는 진지한 분위기가 곁든 보컬을 위한 곡이다. 멤버들의 특성에 맞는 역할 배치를 통해서 여성 그룹의 돌파구를 모색했다.

하지만 혈액형을 바꾸는 식으로 정한 컨셉의 압박은 그룹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과거를 향한 컨셉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소개한 곡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곡에 집중이 가질 않는다. 멜로디와 리듬이 다양한 곡을 듣다가도 'Move'와 같은 원 코드 음악을 들으면 금세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쉬어가는 의미에서 배치된 알앤비(R&B) 발라드도 리듬 형태만 다를 뿐 색채가 비슷해 지루함을 유발한다. 프로듀서와 가수간의 나이차에 의한 소통의 부재로 문제를 돌릴 수 있지만 철학의 결여는 곧 멤버들이 안아야할 숙제로 남는다. 일회성의 '놀라움'보다는 '궁금함'의 해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수록곡-
1. I wanna (작사 : 박진영/ 작곡 : 박진영)
2. 이 바보 (박진영/ 박진영)
3. Tell me (박진영/ 박진영, Mitchell John Dixon)
4. Friend (태권, 서의범 / 태권, 서의범)
5. Headache (태권, 태권)
6. 뭐 어때 feat. David Kim (Brian Kim, Brian Kim)
7. Wishing on a star (박재원 / 류형섭)
8. Move (이민우 / 이민우)
9. 가져가 (박진영 / 박진영)
10. Good bye (박진영 / 박진영)
11. Bad boy (박진영 / 박진영, 방시혁)
12. 미안한 마음 (박진영 / 박진영)
13. Irony (박진영, 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