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기춤으로 성공한 뒤 새롭게 스타로 떠오른 서인영의 솔로 데뷔 앨범. 음반을 내고도 외모와 의상에만 쏠린 주목이 부당하다 느꼈는지, 뭇 여성들이 부러워 할 '이효리-서인영-아이비'라는 섹시 트로이카 이미지를 가지고도 “음악아닌 무대의상에만 관심집중 속상하다”라는 심경 고백을 했다. 이지현과 박정아의 그늘을 걷어버린 상승이지만, 100% 마음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쥬얼리의 1인자, 그 칭호가 멀지 않았는데 왜 서인영은 아쉬움을 표할까.

음악에 그 답이 있다. 한 마디로, 무대 말고 음악도 유심히 봐 달라는 것이다. 서인영은 기존에 그녀를 보던 시각과 반대되는 것을 끌어왔고, 자신을 그 반대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단 장르부터가 몸으로 승부하던 미디어 이미지와 종(種)이 틀리다. 힙합(Hip-Hop)을 했다. 그것도 웬 웃기지도 않는 별종 힙합이 아니라, 업타운의 정연준과 손잡고 꽤 폼이 나게 만들어왔다. 그러니 할 말도 많을 것이다.

정연준을 포함, 음반에는 업타운 멤버들까지 참여했다. 이들이 바로 그 '반대'의 창조자들이다. 특히 정연준은, “힙합 음반이란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를 거의 모르고 있을 서인영에게 안정된 조력자가 되어준 모양이고, 그래선지 음반은 결코 유치하게 들리지 않는다. 'Intro', 'Hit' 같은 곡은 작게나마 흑인 음악 특유의 강한 포스도 뿜는다.

물론 이런 질문은 당연히 나올 것이다. 서인영은 힙합을 잘하나? 하지만 이 음반은 그 질문에 답하기엔 적당하지 않다. 서인영은 힙합에 능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긴 했어도, 은지원처럼 그 장르에 본격적으로 투신하진 않았다. 사회성 짙은 랩과 라임, 플로우가 넘실대는 그런 음악이 아니다. 음반 내내 힙합/알앤비를 이용한 클럽 성향의 댄스, 그리고 발라드가 주종으로 흐른다. 쉽게 말해서 대중 스타에 어울리는 트렌디 한 음악 이상은 아니다.

매우 영민한 기획이다. 음악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타이틀곡 '너를 원해'는 라틴 풍의 어쿠스틱 기타와 클럽 색이 짙은 음향이 참 독특하고 관능적으로 어울리고, 발라드 성향의 '가르쳐줘요'는 정말 매력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나를 총체적으로 바꾸겠다는 각오가 있었는지 창법도 쥬얼리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의 변화는 진지한 노력과 모험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성취도가 조금만 높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일단 서인영을 보는 시각을 새롭게 가져볼만한 여지는 남긴다.

1. Intro ( 작사 : / 작곡 : 정연준 )
2. Hit ( 정연준 / 정연준 )
3. 너를 원해 ( 정연준 / 정연준 )
4. 가르쳐줘요 ( 정연준 / 정연준 )
5. Blue song ( 정연준 / 정연준 )
6. 6th sense ( 남기상 / 남기상 )
7. Something ( 정연준 / 정연준 )
8. UR my style ( 남기상 / 남기상 )
9. Seaes hotel ( 정연준 / 정연준 )
10. Just tonight (너를 원해, Lo-fi House Remix)
11. Hit (Hi-Voltage Remix)
12. 가르쳐줘요(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