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약 우리에게 전쟁터에 나간 우리의 이웃들을 집으로 데려올 힘이 있었다면
그들은 성탄절도 안 놓쳤을 테고, 문가엔 리본도 더 이상 없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당신이 텔레비전을 믿는다면 거기서 보는 게 얻을 수 있는 전부가 될 거에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정보를 가지게 되면 그것을 얼마든지 자기 맘대로 바꿀 수 있거든요.

그리고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는 세상을 향해 변화를 외친다. 드럼 비트는 유순하고 키보드 배음은 곱지만, 존 메이어(John Mayer)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격양돼 있다. 곡이 허락한 여백이 하늘빛을 닮아도 그의 이야기는 붉게 타오른다. 장단을 맞추는 손뼉 소리와 강대한 코러스는 이 모든 '표정'들을 찬양하게 된다.

존 메이어라는 이름은 어느덧 '아티스트'라는 높은 위치에까지 서게 됐다. 인디 레이블에서 발매된 < Inside Wants Out >(1999)부터 최근의 트리오 작품(< Try! John Mayer Trio On Concert >(2005))까지, 그가 보여준 요체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비범함이었다. 저명한 버클리 음대마저 거부하며 외곬을 고집한 결과, 그에겐 위험보단 크나큰 성공이 뒤따랐다. 누가 봐도 출중한 기타 실력과 청년의 입가에서 흘러나온 담아한 음색, 그만이 풀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작법 등으로 세계의 뭇 음악팬들은 이내 그의 포로가 돼버리고 말았다.

주인공의 세 번째 메이저 정규 앨범이 된 < Continuum >에서도 그의 멋은 대중의 기대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강과 약 사이의 이름 없는 지점에 선 12곡은 그 안에 유유히 잠겨 있다. 타이틀을 'Moderation(중용)'이라 바꿔도 좋을 만큼 그는 분출과 절제를 적당히 쥐었다. 작품을 위한 전망대로선 전작들인 < Room For Squares >(2001)와 < Heavier Things >(2003)의 중간 지대가 허락되고 있다.

자신과 함께 스티브 조단(Steve Jordan, 드럼)과 피노 팔라디노(Pino Palladino, 베이스)를 대동시킨 존 메이어 트리오(John Mayer Trio)는 어느새 슈퍼세션(supersession)의 안정감을 드리우고 있다. 세 인물이 여기서 확고부동한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기에 앨범 < Continuum >을 트리오의 데뷔작이라 칭해도 결코 허황된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지난 < Try! John Mayer Trio On Concert > 앨범에서 처음 불을 밝혔던 'Gravity'와 'Vultures'는 이윽고 신실한 스튜디오 곡들로 재생되고 있다.

다른 세션 멤버들 가운데서도 익숙한 이름들이 발견된다. 재즈 트럼페터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는 첫 싱글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와 'I don't trust myself(with loving you)' 등에서 의미 있는 브라스(Brass) 호흡을 선물한다. 3년 전 'Clarity'에 스며들었던 그의 푸근한 트럼펫 선율이 재차 산들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와 더불어 'Belief'에서는 벤 하퍼(Ben Harper)가 기타 협연에 나선다. 특별히 이 트랙은 메이저 데뷔작에서 오묘한 아우라를 띄었던 'Neon'처럼, 모든 요소가 조심스레 약동하는 흐름이 출중한 곡이다.

이러한 뮤지션들의 연주를 등에 업은 존 메이어는 여전히 목화솜 같은 음색으로 삶의 여러 면을 논한다. 이에 건실한 무자위가 되는 그의 기타 연주는 되도록 꾸밈없는 톤을 고수하려 한다. 자기 연주에 대한 자신감 또한 변함없다. 거장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Bold as love'는 그러한 그의 믿음을 여실히 증명하게 된다.

존 메이어의 음악적 성과는 언제나 준수한 평균을 유지한다. 극심한 체증이나 묵과된 나태는 그의 이력 어디에도 쉰 적이 없다. 작금의 앨범 < Continuum >과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등이 통보한 진실한 작가주의는 그가 건설한 아타락시아(ataraxia) 위에서 성심성의를 다했다. 그와 같은 아티스트의 고민이 보이기에 팬들은 다시 그의 음반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 감히 '밥 딜런(Bob Dylan)의 미래형'이라 말하고 싶다.

-수록곡-
1.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2. I don't trust myself (with loving you)
3. Belief
4. Gravity
5. The heart of life
6. Vultures
7. Stop this rain
8.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
9. Bold as love
10. Dreaming with a broken heart
11. In repair
12. I'm gonna find another you

프로듀서 : 존 메이어, 스티브 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