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이 새로운 앨범을 발매했다. 물론 10집 < 서정 >의 뒤를 잇는 신곡으로 구성된 앨범은 아니며, 앨범 타이틀에서 드러나듯이 기존의 대표곡들을 언플러그드 버전으로 다시 연주한 전반부와 라이브를 수록한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일종의 팬 서비스 앨범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며, 기존의 곡들을 < 서정 >에서 드러난 감상적인 그룹의 지향성에 맞춰 다시 연주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워낙 많은 보컬리스트가 거쳐 간 부활이지만, 그 중에 많은 대중들이 기억하는 이름은 이승철, 故 김재기, 박완규일 것이다. 정동하의 음색은 그 중에 김재기의 음색과 많이 닮아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사랑할수록'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던 김재기 특유의 음울한 서정은, 동생인 김재희 조차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김태원의 '절제'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물론 김재기의 아우라를 따를 수는 없어 보이지만), 그의 음색과 창법은 지금의 부활이 지향하는 '아름다운 록'에 잘 어울린다.

10집의 두 곡의 타이틀곡 '추억이면'과 '슬픔을 이기는 기도'는 각각 언플러그드와 라이브 코너에 나누어 수록했다. 김재기가 노래했고, 이승철도 자신의 솔로 앨범에 리메이크했던 '소나기'도 정동하의 목소리로 다시 수록했다. '사랑할수록'에서 정동하의 라이브는 다소 밋밋하게 들린다. 그 외에 이승철이 부른 '희야', 'Never ending story', 박완규가 부른 'Lonely night'를 비롯, 부활의 대표 보컬리스트들이 부른 골든 레퍼토리들을 정동하의 라이브로 다시 들을 수 있다.

20년의 활동기간과 열 장의 디스코그래피, 무수한 히트곡들. 이젠 한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로 불러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자취들이다. 그 중심에는 인고의 세월을 한결같이 버텨낸 김태원이 있었다. 뛰어난 송 라이터이자 록 기타리스트로서, 그는 한국 록을 1980년대부터 지켜온 든든한 파수꾼임에 틀림없다.

초기의 대표곡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수록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지만, 대부분의 히트곡들이 수록되어 있어 그들의 20년 역사를 정리하는 베스트 앨범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굳이 따로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지 않고, 새로운 보컬리스트 정동하의 보컬로 전 곡을 채운 것은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그룹의 변화된 지향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