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영국을 강타한 로큰롤 파티

흑인이 록 기타를 잡는 장면은 제도권 질서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체제에 반하는 일종의 저항 행위다. 록 역사를 쓴 대다수 밴드들이 백인 집단인 까닭이다. 그간 일부 기득권 인사들은 록 음악을 하는 흑인의 모습에 침을 튀기곤 했다. 왜 흑인이 록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흑인은 늘 '블루스'나 '소울'만 질질짜고, 길거리를 쏘다니며 '랩'만 해대야 하는 건가.

물론 흑인이라고 록을 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일찍이 로큰롤 개척자로 유명한 척 베리와 리틀 리처드는 흑인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기타를 잘 쳤다는 지미 헨드릭스도 흑인이다. 어디 그 뿐인가. 프린스와 레니 크래비츠는 흑인 로커였던 점에서 더욱 명성을 얻었다. 밴드도 이제 흑백의 팀 컬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올 한해 영국 록 씬을 흥분시킨 4인조 인디 밴드 블록 파티(Bloc Party)에 대한 흥미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밴드의 프론트맨 케레 오케레케(Kele Okereke)는 개성 강한 흑인 뮤지션이다. 그만 빼고 나머지 세 멤버는 모두 백인이다. 그래서 그를 주목하게 된다. 그가 내지르는 샤우트 창법은 프린스 이래 만나보는 괴짜 흑인 로커의 등장을 알리는 듯하다. 그가 구사하는 기타 주법도 독특하다. 포스트 펑크의 줄기를 그대로 흡수하면서도 톰 모렐로가 그랬던 것처럼 노이즈 이펙터를 깊숙히 건 변주에 능통하다. 블록 파티가 이목을 끈 데는 밴드의 지휘자 케레의 '별난' 퍼포먼스도 한몫 거들었다.

올해 머큐리상 후보로 거론된 배경이 블록 파티를 순식간에 인디 거물로 만든 건 아니다. 이미 상반기부터 이들의 출현은 영국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올 2월 출시된 공식 데뷔 앨범 < Silent Alarm >는 UK 차트 3위까지 질주하며 록 신예 등장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프란츠 퍼디난드가 몰고왔던 그 신선함에 비견되는 것이었다. 영국 언론들도 카이저 치프스(Kaiser Chiefs)와 함께 가장 주목할만한 신인 밴드로 그들을 치켜 세웠다.

많은 밴드들이 라디오헤드의 우울증에 시달릴 때 블록 파티는 클러버들마저도 혼을 빼앗길 것 같은 아트 펑크 사운드로 역공격했다. 그 대담한 로큰롤 기법 속엔 모던한 코드와 스트레이트한 젊은 혈기가 공존한다. 영국에서 환영받은 'Banquet', 'Helicopter' 등의 싱글만 들어봐도 그런 펑크 파티는 즐겁기만 하다. 이제 블록 파티의 존재는 새 천년 버브(The Verve)와 맨선(Mansun)을 잃어버린 영국인들에게 21세기 브리티시 로큰롤의 새로운 희망과도 같다.


-수록곡-
1. Like eating glass
2. Helicopter
3. Positive tension
4. Banquet
5. Blue light
6. She's hearing voices
7. This modern love
8. Pioneers
9. Price of gas
10. Little thoughts
11. So here we are
12. Luno
13. Plans
14. Compli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