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 패밀리는 2000년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었다. 다음 앨범 준비를 위한, 필요성 있는 잠적이라는 명분이 붙더라도, 얼굴 감추자마자 기억에서 희미해져버리는 험난한 판에서 2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긴 공백 기간을 거친 작업이고, 거기다 핵심 멤버 둘만이 빠져 나와 만든 앨범이라 하니, 아무래도 7인조에서 2인조로 변화했다면, 규모가 파격적으로 줄어든 만큼 입을 맞추기에 편했을 것이고, 따라서 그들의 회기에는 반가움과 함께 다소 큰 기대가 함께 한다.
그런데 이들은 축소된 두 멤버의 역량발휘와 조화에 힘을 기울였다기보다는, 빠진 다섯 명의 공백을 메우는 데 더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랩은 보다 유연해졌지만, 주로 하이톤의 랩을 담당하는 개리와 독특한 저음을 가진 길 - 둘의 상이한 개성으로 충분히 좋은 음악이 나올 법도 했지만, 이들은 둘만의 도전을 포기하고 대부분의 곡마다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 박선주, 씨비매스(CB mass), 박화요비 등 꽤 유명한 가수들의 피쳐링을 동반해 트랙을 구성했으며, '컨디션'과 'E-He-Ra' 등 샘플을 사용한 곡들도 다소 평이한 수준에 그쳐 아쉽다.
랩으로 도배된 둔탁한 곡의 구성을 유하게 다듬는 수준에서의 피처링이 아니라, '으라챠챠 Wake up'와 같은 곡은 리쌍 자신보다 CBMass에게 랩의 분량이 훨씬 많이 할당되어 있으며, 드렁큰 타이거가 참여한 '7477'은 리쌍에게는 어울림이 덜한 속사포식 영어래핑(Mother fucking으로 일관하는)으로 곡을 이끌고 있다. 허니 패밀리는 그 동안 '국어 래핑'의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었던가. 아울러 신인 여가수 정인이 참여한 타이틀 곡 'Rush'와 박선주의 고혹적인 음성이 빛나는 '인생은 아름다워'와 'luv'도 여성의 중량감이 너무 크다. 여성 가수들의 나직한 보이스와 곡의 조화는 훌륭하지만, 보다 진일보한 리쌍의 랩은 묻혀버렸다.
그러나 리쌍은 아직 젊고, 상당한 가능성을 지닌 꽤 괜찮은 래퍼들이다. 그들을 기다리고 지지해 온 팬층도 두터웠고, 'Rush'에 담긴 고백처럼 6년째 쌓아 온 랩은 갈수록 유연해지고 있다. "젊은 나이에 기죽지 말고 내일 죽는다 해도 오늘은 불사지르('Beat box)자"고 선동하는 그들 아닌가. "비싸기만 한 책 사지 말고 선생이 지랄하면 책값이 비싸다고 당당하게 말해('Beat box)"라 훈시한 그들이기도 하다.
독립적인 완성도 측면에선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이들의 패기와 기개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작은 마이크 하나로 세상을 살 수는 없어도, 이 작은 마이크 하나로 흔들리는 날 지킬 수 있다('Rush')"고 믿는 그들에게 'Yes, Ok'의 단순한 가사는 보다 진실하게 들린다. "I can do it! You can do it!"
-수록곡-
1. Intro
2. 출사표 (Featuring Bobby For Bugakings,디기리 For Honey Family)
3. 조까라 마이싱
4. Yes Ok (Featuring Double K)
5. Rush (Featuring 정인)
6. 7477 (My Frenz)(Featuring Drunken Tiger)
7. 컨디션 (Featuring Double K)
8. 인생은 아름다워 (Featuring 박선주)
9. 대한늬우스 (Featuring Sean 2 Slow)
10. E-He-Ra (Featuring Bubble Sisters)
11. Street 노가리 (Featuring 은준)
12. Luv...(Real Story)(Featuring 박선주,Sunny For Honey Family)
13. 으라챠챠 Wake Up (Featuring CB Mass)
14. 빚좋은 개살구 2 (Featuring 교주박 & 디기리 For Honey Family)
15. Wammin' Up (Featuring J.U (최선생) For 가리온)
16. ...끝으로 (Featuring 박화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