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1400만장의 흥행을 기록한 처녀작 < Let Go >로부터 3년이 흘렀다. 지난해 두 번째 음반 < Under My Skin >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국내에서도 자그마치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데, 소녀는 인기 스타에 안착하지 않고 온전한 록 아티스트로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데뷔 이래 첫 투어를 결심했다. < Bonez Tour 2005 >는 3월 1일부터 일본, 한국, 홍콩, 방콕 등 아시아 대륙을 거쳐 여름에 북미, 가을에 유럽을 순회하는 일정으로 8개월 간 진행된다.
투어 초반부의 막을 올린 한국 공연은 3800석, 5500석이었던 과거 공연장에 비해 1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의 펜싱경기장(올림픽공원)으로 확장되었다. 또한 10대와 20대가 객석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젊은층 사이에서 에이브릴 라빈의 인지도와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케 했다. 물론 목소리가 심하게 우렁찬 외국인들도 많았다.
예상했던 대로 공연은 정시에 시작되지 않았다. 선배 뮤지션들의 관행에 따라 안내 방송도 없이 팬들을 기다리게 하더니 20분이 지나서야 이날의 주인공 라빈 양이 머리에 빨간 뿔을 달고 깡충깡충 뛰어 나왔다. 그런 라빈이 진짜 악녀처럼 보였던 것은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팬들의 투표로 결정된 'He wasn't'로 포문을 열어 'My happy ending', 'I'm with you', 'Don't tell me'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레퍼토리들이 이어졌다. 이미 두 차례나 공연한 바 있기에 선곡은 대체로 고른 편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200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호흡곤란으로 헐떡거리던 아이가 이제는 안정적인 가창력을 과시하며 능숙하게 관중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해있었다.
다만 에이브릴 라빈의 음악 자체가 파괴적인 메리트는 부족하기 때문에 객석의 반응도 여타 록 뮤지션의 공연과는 사뭇 달랐는데, 다정한 포즈로 음악을 감상하는 연인들부터 반경 1미터의 원을 그리면서 관광버스 춤을 추는 남학생까지 그야말로 진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번 공연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앙코르다. 오랜 친구이자 밴드의 전속 드러머인 맷 브란(Matt Brann)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에이브릴 라빈이 드럼 스틱을 잡은 블러(Blur)의 'Song2'가 연주되는 내내 본인도 즐거운지 연신 함박웃음을 띄었고, 마지막 곡인 'Slipped away'에서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록 뮤지션의 콘서트가 잔잔한 발라드로 끝을 맺는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지 않은가.
다만, 애초에 약속한 두 시간 공연이 절반으로 감축된 것에 대해서는 주최 측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지 싶다. 청소년들의 귀가 시간을 고려했다고 해도 늦게 시작해서 이렇게 일찍 끝난 공연은 처음이다.
-Set List-
1. He wasn't
2. Happy ending
3. Take me away
4. Freak out
5. Unwanted
6. I always get what I want
7. Anything but ordinary
8. Who knows
9. I'm with you
10. Losing grip
11. Together
12. Forgotten
13. Tomorrow
14. Nobody's home
15. Fall to pieces
16. Don't tell me
17. Sk8ter boy
18. Song 2(Encore)
19. Complicated(Encore)
20. Slipped away(Encore)
사진제공 : 9 Networks Entertai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