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황리에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세자리아 에보라는 까보 베르데가 배출한 최고의 월드 뮤직 스타이다. 1988년 프랑스 파리에서 정식 데뷔한 그녀는 1990년대 초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극찬을 받으며 일약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대중들은 그녀의 목소리와 음악에서 진한 슬픔과 애수를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일찍이 프랑스의 샹송과 이탈리아의 깐초네, 포르투갈의 파두 등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뭔가 다른' 슬픔과 애수였다. 몸을 들뜨게 만드는 아프리카 리듬은 흥겨우면서도 서글프고, 그 위를 흘러가는 포르투갈 파두는 애잔하고 갈구하는 듯했다. 사람들은 이 묘한 리듬과 멜로디의 결합을 '모르나(Morna)'라 칭했고, 자연스레 세자리아 에보라는 '모르나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세자리아 에보라가 품고 있는 슬픔과 애수는 까보 베르데와 개인의 역사에 기인한다. 아프리카 국가이면서도 지역적인 환경 때문에 50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 하에 놓였던 조국의 역사와 그 처절한 조건 아래서 가난을 겪으며 '살기 위해' 노래를 해야했던 에보라 개인의 역사는 한 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던 고난의 역사로 점철됐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역사는 하나의 몸통이었고, 하나의 뿌리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국내에 발매된 앨범 <Anthology>는 세자리아 에보라와 까보 베르데의 음악 모르나의 완벽한 결정판이다. 음반은 1988년 데뷔작 <La Diva Aux Pieds Nus(맨발의 디바)>부터 지난 해 발표한 음반 <Sao Vicente Di Longe(먼 곳에서 본 상 비센떼)>까지 그 동안 내놓은 여덟 장의 앨범 중에서 주옥같은 넘버들만 골라놓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다.

모르나 'Crepuscular solidao'는 물론이고, 모르나와 함께 까보 베르데의 전통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 스타일인 경쾌한 리듬의 콜라데라(Coladera) 'Carnaval de sao vicente', 라틴 음악 'Fala pa fala', 팝 감각이 가미된 'Vida tem um so vida' 등 다채로운 월드 비트의 성찬을 맛 볼 수 있다. 또한 앙골라 출신의 아티스트 봉가(Bonga)와 듀엣으로 부른 'Sodade', 세자리아 에보라의 애칭으로 곡을 만든 'Cize' 등이 주는 감동도 무한하다.

진정성은 음악에 담겨 있어야 할 첫 번째 필수 요소이다.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에 따라 대중들이 받는 감동의 깊이도 강도를 달리한다. 아무리 겉치장을 화려하게 해도 진정성이 없으면 그것은 음악으로써의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라리아 에보라의 음악에서 진정성을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일이다. 그저 아무 곡이나 골라 들어봐도 그 속에는 까보 베르데의 애환이 담겨있고, 자신의 숨겨진 고통이 내재되어 있다. 맨발의 디바가 무대 위에서 계속 담배를 피우고, 술은 마시는 게 괜한 게 아니다. 조국과 그녀의 삶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수록곡-
1. Sodade (Featuring Bonga)
2. Fala Pa Fala
3. Carnaval De Sao Vicente
4. Crepuscular Solidao
5. Cize
6. Petit Pays
7. chintchirote
8. Angola
9. Vida Tem Um So Vida
10. Bondade E Maldade
11. Sangue De Beirona
12. Flor Di Nha Esperanca
13. Lua Nha Testemunha
14. Esperanca Irisada
15. Nho Antone Escaderode
16. Fidjo Magua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