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그들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다는 것은 흥분된 일이었다. 세계 복싱 타이틀매치가 자주 열린 곳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국 라스베가스의 MGM 그랜드 실내공연장에서 지난 2일 있었던 그들의 공연은 3일만에 티켓이 완전 매진될 만큼, 공연 전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라있었다.
예상대로 그들과 함께 늙어간 50-60년대 노인들이 만7천 석의 객석을 꽉꽉 메웠다. '악동' 이미지로 알려진 그룹답게 그들의 응원군들도 딱 보기에 점잖은 어른들은 아니었다. 청바지 가죽재킷에 문신을 한 할아버지, 짙은 화장에 탱크 톱을 한 할머니…. 오랫동안 옷장에 처박아둔 것을 롤링 스톤스 공연에 맞춰 모처럼 다시 꺼내 입은 듯 약간은 품이 어색해 보였다. 관객들은 그룹과 함께 '한창 젊었던 때'를 재현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젊음을 방불하듯 익숙한 곡들이 나올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와 괴성을 질러댔다. 50대로 보인 뒤 좌석의 여성관객은 필자가 앉아서 곡목을 적고있자 “일어나서 흔들지 않고 지금 뭐하고 있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롤링 스톤스의 두 축인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는 무대와 객석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나이든 관객들이 중간중간 쉴 수 있도록 곡 순서 배열에 신경을 썼으며, 관객이 절로 호응할 수 있도록 능란하게 무대를 지배했다.
그들은 무엇보다 초강력 에너지로 충만했다. 환갑에도 불구하고 원곡의 키 그대로 노래한 믹 재거나, 연신 담배를 물고 연주한 키스 리처드는 떨어져서 보기에는 영락없는 생생한 청년들이었다. 차라리 그들의 주름살이 나타난 무대 뒤의 영상화면이 없는 게 더 나았다. 그들은 공연을 통해 “록밴드로 불리려면 먼저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실 전성기가 지난 롤링 스톤스가 갖는 지금의 의미는 '늙어서도 록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널리 알려진 곡 '홍키 통크 위민'(Honky tonk women) '난 만족할 수 없어'(I can't get no satisfaction)보다도 더 인상적인 곡은 피날레를 장식한 '브라운 슈가'(Brown sugar)였다.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 없는 이 곡이 영미에서는 빠짐없이 명곡으로 꼽히는 이유를 비로소 공연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연주 리듬에 정확히 맞춘 관객들의 환호는 무대와 완벽한 혼연일체를 이루면서 장관(壯觀)을 일궈내고 있었다.
솔직히 롤링 스톤스는 언제나 비틀스에게 밀렸다. 우리 귀에도 그들의 곡은 잘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절 만약 우리 팬들이 그들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음악은 음반음악이 아닌 바로 '공연음악'이었다.
우리가 라이브를 실제로 접하지 못했던 탓에 앨범으로는 그들의 힘찬 록 리듬이 주는 감동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국내 음악계도 라이브가 활성화되어있다면 롤링 스톤스처럼 고령의 밴드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다시금 라이브의 중요성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이제 우리 음악의 중심도 방송국 녹화장에서 거리의 콘서트장으로 이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