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 밴드’는 바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음악을 통해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체득하게 해주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는 페퍼톤스. 긍정의 에너지를 설파하는 노래들은 미래를 밝혀주는 청춘찬가다.

카이스트(KAIST) 재학 중 포크 동아리와 록 동아리에서 각각 활동을 하던 이장원과 신재평의 첫 대면은 교내 자작곡 경연대회에서 이루어졌다. 신재평이 당시 1위를 한 이장원에게 관심을 보이며 같이 할 것을 권유했고, 역시 학교 친구였던 객원 드러머 김규희의 가세로 정식 팀을 이루어 작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 캬바레 사운드 > 레이블과 인연이 닿아 결성 후 1년 만인 2004년 < A Preview >라는 이름의 EP가 빛을 보게 되었다. 객원 보컬을 맡았던 뎁(Deb), 연희(Westwind) 등과 함께 홍대 클럽 등지에서 라이브를 하며 인지도를 쌓았고, 이듬해 4월에 디지털 싱글 ‘April funk’를 선보이며 시부야 케이에 그들만의 정서를 풀어 넣은 독특한 스타일을 구체화했다.

한 편의 발랄한 만화주제가 풍의 ‘Ready, get set, go!’가 담긴 첫 정규작 < Colorful Express >는 취미로 음악을 한다는 편견을 부수기에 충분했다. ‘Superfantastic’, ‘Bike’와 같은 트랙들 역시 때마침 늘어난 블로그 BGM 수요와 함께 많은 인기를 얻었고, 상상을 노래로 표현하는 모습은 특히나 20대의 현실 도피처를 마련함과 다름없었다. 병역특례업체 근무로 사무실에 갇혀있어야만 했던 그들의 결과물은 이처럼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2006년 2월에 첫 단독공연을 개최했고, 엄정화 9집과 드라마 < 소울메이트 > OST 등에 참여하는 등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넓혀갔다. 또한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니카 부문’ 수상이라는 낭보까지 날아들었다. 대중과 평단이 모두 이들을 감싸 안는 순간이었다.

컴필레이션 작 < 강아지 이야기 >와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등으로 2007년을 장식하고 2008년 3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선보인 소포모어 작품 < New Standard >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처음으로 두 멤버가 보컬에 참여한 타이틀 ‘New hippie generation’은 젊은 날의 희망을 가득 안겨 주며 여전히 ‘20대 워너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같은 해 유희열의 소품집과 스윗 소로우의 신작 참여, 콘서트와 록페스티벌에 왕성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전성기를 이어나갔다.

이즈음 아쉽게도 데뷔의 길로 인도해주었던 < 캬바레 사운드 >와 작별하고, 12월에 < 안테나 뮤직 >과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유희열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일본 진출작 < Hello! World! >를 내놓았고, 서서히 3집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래 9월에 예정되었던 발매기념 콘서트까지 레코딩이 완료되지 못하자, 관객들에게 신곡이 담긴 미니 앨범 < 겨울의 사업가 >를 증정하였다. 그리고 석 달 후, < Sounds Good >이라는 이름을 단 옹골찬 결과물은 역시 페퍼톤스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쾌한 행진을 이어나갔다.

올 한해도 각종 방송과 공연 등으로 바쁘게 한해를 보내며 확고히 삶의 방향제로 자리 잡았다. 내년 활동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지만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페퍼톤스의 생명력이 짧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