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중 음악의 중요한 히트 공식 중의 하나는, 곡 속에 매복된 뽕끼일 것이다. 댄스는 물론이고 발라드, 록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는 이 트로트의 유산은 1990년대 하반기의 주요한 트렌드 중의 하나인 테크노와 결합해 신종 장르가 되었다. 이것을 전파시킨 이박사(본명 : 이용석, 1954년)의 음악은 이미 십여 년 전에 시작이 되었지만, 젊은층의 호기심을 사로잡으면서 전면적으로 부상했다. 단순한 비트의 나열과 이박사 특유의 추임새가 가세한 이 흥겨운 음악의 의의는 그의 음악을 의도적으로 무시해왔던 과거의 문화적 엄숙주의의 전복에 있을 것이다.

1979년부터 10년간 관광버스의 가이드로 근무한 이박사는 독특한 음색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담과 그 입에서 물줄기 타듯 자연스러운, 애드립 가득한 노래 솜씨로 인기를 얻었다. 그의 끊임없는 레퍼토리에 경탄한 한 지방 클럽 사장은 그를 스카우트하고 이박사는 버스에서 손님의 흥을 돋구는 자세 그대로 불러 첫 번째 음반(테이프) 녹음을 2시간만에 끝냈다.

이 경쾌한 디스코 메들리는 관광버스는 물론 택시, 이발소 등의 업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그는 MBC의 프로그램 <인간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후 발표한 20여 개의 테이프는 공식적으로 산출된 바 없지만 적어도 몇 백 만장은 팔렸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박사는 카바레는 물론이고 효도 잔치 등을 돌며 주로 중.장년 층의 연령을 포섭하며 부름을 받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우리의 음악계는 이 음악을 들을지언정 인정하지는 않는, 모순된 반응을 보였다.

1995년 일본의 인디 레이블에서 그에게 관심을 보인 후, 일본에 처음 선보인 그의 음악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했으며 가능성을 인정한 소니뮤직과 자회사 큔소니 레이블은 한국어 앨범을 제작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다.

이박사가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이박사의 뽕짝 디스코 파트1&2>, 그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박사의 뽕짝 대백과>, 일본 댄스 그룹 덴키그루브가 리믹싱한 <이박사 덴키그루브 : 열려라 뽕짝> 등은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1996년 이박사는 일본가요대상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언론은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의 최신 히트곡을 뒤섞은 월드 테크노라는 전략에 주의를 기울였으며 이박사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은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이상열기가 시작되었다.

이 촌스럽고, 유치하며, 저질의 음악으로 치부되던 음악은 인터넷을 통해 우리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역수입되었다. 이박사의 팬클럽이 도처에서 생겨났으며 테크노 뽕짝 메들리는 순식간에 이들 사이에서 유통되었다. 그러자 언론의 관심이 시작되었으며 이박사도 공식적인 음반을 내고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DJ 가재발이 참여한 <Space Fantasy>는 국내에서 정식으로 메이저 회사에서 발매된 음반이다. 모든 곡의 인트로에 자신을 소개하는 말로 시작하고 있는 이 음반에는 20분이 넘는 ‘뽕짝’과 ‘스페이스환타지’가 폭넓은 인지도를 획득했으며 ‘좋아, 좋아’, ‘미쳐, 미쳐’와 같은 그의 추임새가 개인기의 인기 종목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하우스풍의 음악에 사이키델릭하며 멜로딕한 뿅뿅 사운드는 평론가들에 의해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자신의 풍으로 바꾼 크리스마스 앨범 <2pak4 Winter Tech-Pon>을 발매해 한층 더 높은 위상을 누린 이박사는, 현재 찬사와 혹평의 양극단을 돌파하며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이 앨범은 현재까지 이박사의 음악적 이미지를 혁명적으로 바꾼다는 의미인 <Pak-Sa Revolution : 박사혁명>과 그가 여태까지 해왔던 음악 전부를 집대성하여 공개한 <Pak-Sa Emotion : 박사열정>이라는 부제를 단 두 장의 CD로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