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러바마의 터스카기 출신인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는 같은 대학 동창생들이 모여서 결성된 그룹 코모도스의 음악지휘자로 그룹의 대다수의 히트곡을 직접 쓰고 불렀다. 그룹과 직결되는 곡들인 `Easy , `Three Times A Lady , `Still’ 등 이지 리스닝 계열의 발라드들이 바로 그의 작품이었다. 또 1980년에는 컨트리 팝의 거성 케니 로저스(Kenny Rogers)의 최대 히트곡 ‘Lady’를 작곡해 주었고 이듬해엔 앨범 프로듀서를 담당하기도 했다. 같은 해에 영화 ‘Endless Love’의 주제가를 직접 제작하여 당대 최고의 여가수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듀엣으로 불러서 싱글차트 정상에 9주간 점령, 최고도에 오른 인기를 과시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1982년에 솔로 데뷔앨범 < Lionel Richie >를 내놓고 본격적인 솔로 가수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앨범의 첫 싱글 `Truly’ 가 손쉽게 차트 정상에 올랐고, (이 곡은 Commodores식의 발라드를 답습한 결과로 그에게 첫번째 Grammy 트로피를 안겨준 곡이 되었다.) 계속해서 `You are`, `My love’ 등이 차트 상위권을 공략했다.
1983년에는 그를 월드 슈퍼스타로 부상시킨 앨범 < Can’t Slow Down >이 발매되어 미국에서만 판매고가 1000만장을 넘어섰고 세계적으론 2000만장 이상이 팔려나가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이 LP는 3년 동안 앨범차트에 머무르면서 앨범차트 정상 등극은 물론, 이듬해 그래미상에서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프로듀서’부문 상을 수상했다. 수록곡 중 5곡이 싱글로 발매되어 모두 차트 톱10에 오르는 연쇄 히트를 기록했다.
업 템포의 댄스 넘버 `All night long(All night) 이 4주간 정상에 오르며 솔로로서 3번째 골드 레코드를 기록했고, 미국과 영국에서 모두 차트 정상에 오른 감성적인 발라드 `Hello‘ 는 국내에서도 아직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밝고 통통 튀는 리듬이 인상적인 곡 ‘Running with the night’, 감미로운 리듬의 극치 ‘Penny lover’, 복고풍의 편안함이 압권인 ‘Stuck on you’가 바로 그 곡들이었다. 그 무렵 1984년 L.A 올림픽에서는 폐막식의 피날레공연을 맡기도 했다.
1985년에는 마이클 잭슨과 함께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를 위한 기금모금 행사의 일환으로 앨범
이 곡이 수록된 솔로 3집 앨범 < Dancing On The Ceiling >은 1986년에 발매되어 전작의 성공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싱글차트 2위까지 오른 ‘Dancing on the ceiling’을 비롯하여 서정적인 발라드들인 `Ballerina girl(7위)’과 ‘Love will conquer all(9위)’, 레게리듬의 경쾌한 멜로디가 흥겨움을 더하는 `Se la(20위)’, 그리고 당시 최고의 컨트리 그룹 앨러바마(Alabama)가 함께 불러준 곡 `Deep river woman(71위)’ 등 싱글이 무더기로 발표되었다.
이후로 새 앨범이 발매될 때까지 6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애초 20년 가까이 계속해온
음악생활을 잠시 접어두고자 한 휴지기였지만 그런 선택은 대중의 기억 속에 차츰 잊혀져 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1992년 모타운 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 Back To Front >는 신곡 셋 외에 모두 기존의 히트곡들로 채워져 창작력에 제동이 걸린 듯한 느낌을 주었다.
부인의 이혼소송에 따른 위자료 문제로 앨범 발매를 늦추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다시 4년의 세월이 흐른 뒤 4번째 정규앨범 < Louder Than Words >로 모처럼 복귀, 10년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듯이 대가(大家)다운 도시화되고 세련된 R&B 음악을 선보였으나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1998년 < Time >과 2001년 < Renaissance > 등 계속해서 선보인 신작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마이클 잭슨, 프린스와 더불어 1980년대를 주름잡던 흑인음악의 삼성(三星) 중의 하나는 쇠퇴해 가는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1978년부터 1986년까지 매년 자신이 만든 곡을 싱글차트 정상에 올린 진기록, 4개의 그래미상, 9개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상,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이라는 풍부한 수상경력이 주는 가치 그리고 백인들도 거부할 수 없는 그만의 ‘크로스오버 러브 R&B 발라드’의 흡수력은 아직도 천연히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