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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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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Yanni)
데뷔/결성 : 1986년
활동시기 : 1980, 1990년대
솔로
- DATE : 1997/08 | HIT : 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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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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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있어서 유행 또는 추세는 무섭다. 어떤 스타일의 유행이 불쑥 솟아오르면 대부분의 제작자나 가수는 우르르 거기로 몰려간다. 아무리 심지가 굳은 음악인이라도 자기 음악이 유행과 거리가 멀어졌을 때 조금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래서 싫더라도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음악을 따르게 되면 그만큼 실패할 확률은 줄어든다. 특히 우리 대중음악처럼 수요층이 한정되어 있을 경우 유행의 ‘독점적 파괴력’은 이미 경험한, 지금도 경험중인 바와 같다.
그리스 출신 뮤지션 야니는 바로 유행의 가공할 힘을 무색케 했다는 점에서 한층 돋보이는 인물이다. ‘위대한 예외’라고 할까. 그는 머라이어 캐리의 팝, 너바나와 펄 잼의 그런지 록, 워렌 지의 갱스터 랩이 판치던 1994년, 전혀 다른 음악을 가지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의 앨범 <아크로폴리스 실황(Live At The Acropolis)>은 미국에서만 3백만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유행의 드높은 파고도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야니의 말을 들어보자. “유행을 좇지 않는다는 것은 결점이 될 수 있다. 라디오에 한참 유행 음악이 나오는데 그런 것을 안 하면 라디오는 내 음악을 내보내지 않을 테고 MTV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유행을 따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음악을 하며 작품 중 어떤 것이라도, 음정 하나라도 남들이 함부로 ‘간섭’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만약 시장 상황에 맞춰 자신의 음악을 바꿔버린다면 그것은 ‘배신’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야니를 보면서 음악의 본질은 역시 열정이지 유행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이 점에서 유행을 거스르는 것도 어렵지만, 무조건 좇는 것도 위험하다.
야니의 음악은 흔히 안정과 치유의 기능이 연상되는 ‘뉴 에이지’ 음악으로 규정된다. 본인은 그러나 뉴 에이지라는 범주화에 반대하고 그냥 ‘음악’이라고 불러주기를 당부한다. 화음이나 전개가 다분히 뉴 에이지적인데도 왜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지 음악을 자세히 따져보면 수긍이 간다.
그의 음악은 베토벤, 모차르트의 클래식과 비틀스, 예스와 같은 대중적 록이 기초가 되어 있다. 매우 고전적인 음악 배경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성공비결이기도 하다. 대중들이 매우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국인 그리스의 전통과 철학이 투영된 그의 음악은 또한 왠지 동양적이다. 같은 반도국가의 호흡을 공유해서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 음악의 뿌리 하나하나가 모두 전통적이다. 현재 유행중인 형식과는 판이하다. 그런데도 시장을 무리 없이 관통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행의 파고가 높을수록 ‘조용한 호수’를 고대하는 수요자는 언제나 어는 곳에나 얼마든지 있다. 야니는 이 평범한 원리를 신뢰했을 뿐이다. 자신의 열정과 ‘분명히 있을’ 팬들에 대한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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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8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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