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펑크의 원류가 되는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개라지 록(Garage rock) 뿐만 아니라 소음에서도 음원의 미학을 발견했던 펑크의 대부 벨벳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재즈에서 가지를 친 프로그레시브 록을 추구한 록시 뮤직(Roxy Music) 같은 선배들에 영향 받은 카스는 이처럼 덜 대중 친화적인 음악 장르들을 팝 사운드에 버무려 1980년을 전후한 시기에 커다란 상업적인 성공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상업적인 인기를 좇아 영국 스트레이트 펑크의 정신과 이념을 거세한 채 형식만을 차용, 팝과 단순 교배한 것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랜 지기(知己)인 릭 오케이섹(Ric Ocasek/보컬, 기타)과 벤자민 오어(Benjamin Orr/보컬, 베이스)가 그레그 호크스(Greg Hawkes/키보드)와 함께 1970년대 중반에 결성한 캡 앤 스윙(Cap ’N Swing)이 새로운 멤버 엘리엇 이스튼(Elliot Easton/리드 기타)과 데이브 로빈슨(Dave Robinson/드럼)을 규합해 카스(Cars)로 1976년 이름을 바꾸면서 분위기를 쇄신했다. 2년 간 공력을 다진 이들은 음악 트렌드가 펑크에서 뉴 웨이브와 포스트 펑크로 바통 터치된 1978년에 자신들의 이름을 타이틀로 한 데뷔 앨범
초기 뉴 웨이브의 명곡으로 자리한 ‘Just what I needed(27위)’, ‘Good times roll(41위)’, 그리고 1990년대 중반 국내의 음료 광고에 사용된 ‘My best friend’s girl(35위)’이 수록된 처녀작 발표 이후 1981년까지 매년 1장씩 모두 3장의 정규 음반을 공개하는 왕성한 창작력을 과시했다. 데뷔앨범은 차트18위에 그쳤지만 2년 가까이(139주) 빌보드 앨범차트를 머물면서 강한 구매욕을 자극,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700만장의 판매고를 수립했다.
‘Let’s go(14위)’, ‘It’s all I can do(41위)’, ‘Touch and go(37위)’, ‘Shake it up(4위)’, ‘Since you’re gone(41위)’ 같은 넘버들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면서 1984년에 대표작 <Heartbeat City>를 내놓았다. 이 5집 앨범은 그들을 견고한 스타 밴드의 고지로 올려놓았다. 초기의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You might think(7위)’의 뮤직비디오는 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격찬 받았으며, ‘Magic(12위)’, ‘Hello again(20위)’, ‘Why can’t I have you(33위)’, 그리고 지금까지도 국내의 라디오를 지배하고 있는 발라드 ‘Drive(3위-R.E.M.과 인큐버스의 노래와는 다른 곡)’ 등의 히트 싱글들이 무더기로 배출되었다. 기타 위주의 뉴 웨이브 팝이었던 전작들보다 신시사이저를 두텁게 사용해 선율이 확충되고 한층 매끄러워진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었다. 앨범은 300만장이나 팔려나갔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릭 오케이섹과 벤자민 오어의 독립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보스톤의 자동차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1985년에 나온 베스트 모음집에 수록된 새로운 싱글 ‘Tonight she comes(7위)’와 ‘I’m not the one(32위)’이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기세는 눈에 띄게 기울어갔다. 1986년에는 릭 오케이섹의 솔로 싱글곡 ‘Emotion in motion(15위)’과 벤자민 오어의 솔로 히트곡 ‘Stay the night(24위)’이 나란히 발표되어 선의의 경쟁을 펼쳤지만 둘 모두 홀로서기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1987년 ‘You are the girl(17위)’, ‘Strap me in(85위)’, ‘Coming up you(74위)’가 수록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