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 흩어져서 나름대로의 인생을 꾸려 온 돈 헨리(Don Henley/드럼, 보컬), 글렌 프라이(Glenn Frey/기타, 보컬), 랜디 마이스너(Randy Meisner/베이스), 그리고 버니 리든(Bernie Leadon/기타)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조우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었다. 각 구성원들은 버즈(Byrds), 버팔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 닐 영(Neil Young) 같은 포크 록이나 컨트리 록 계열 선배들의 음악에 심취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확인하고 손쉽게 결성의 입지를 세운다. 1970년대 초반 여성 팝싱어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의 백 밴드를 맡으면서 프로 뮤지션의 길로 입문한 이들은 밴드 결성 1년 만에 데뷔작을 취입할 정도로 음악적인 능력을 인정받았다.
역사적인 1집
처녀작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용기를 얻은 이 4인조 밴드는 1973년에 두 번째 음반이자 서부 시대의 무법자를 컨셉트로 한
1974년의 <On The Border>에서 커트된 ‘The Best of my love(이모션스의 디스코 넘버와는 제목만 같은 곡)’가 처음으로 팝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초기 로큰롤 스타일의 ‘James Dean’(77위)과 ‘Already gone’(32위)도 싱글로 발표되었다. 특히 서부 해안 출신 밴드들의 트레이드마크인 보컬 하모니가 아름다운 발라드 ‘The Best of my love’는 이들이 웨스트 코스트 지역 출신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 음반부터 기타리스트 돈 펠더(Don Felder)가 가세하면서 좀 더 풍성한 기타 사운드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듬해에 나온
1976년, 전반기 히트곡을 총망라한 베스트 음반
다소 불편했던 관계였던 조 월시와 돈 펠더가 연주한 ‘Hotel California(1위)’의 후반부 기타 애드리브는 명실공히 최고의 연주라는 찬사를 이끌어냈으며, ‘New kid in town’(1위)과 ‘Life in the fast lane’(11위)도 잊을 수 없는 곡들이다. ‘Hotel California’는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레코드’부분, ‘New kid in town’은 ‘최우수 보컬 편곡 부문’ 트로피를 그룹에게 안겨주었다. 국내에서는 ‘Hotel California’와 함께 음반의 맨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는 7분에 달하는 서사적 발라드 ‘Last resort(하다코어 그룹 파파로치의 곡과는 다른 노래)’는 팝 매니아들 사이에서 애청됐다.
하지만 연주와 선율감 그리고 대중성의 정점이라는 칭송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일그러진 ‘아메리칸 드림’을 표현했다는 그룹의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음반에 퍼져있는 ‘모호한 메시지’ 때문에 평단으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다. 베이시스트 랜디 마이스너는 이 걸작을 발표하곤 그룹을 떠났고, 그 후임으로 컨트리 록 그룹 포코(Poco) 출신의 티모시 B. 슈미트(Timothy B. Schmit)를 받아들여 여섯 번째 LP 제작에 들어갔다.
1970년대의 마지막 해에 공개한
1980년엔 두 장 짜리 라이브 앨범을 발표해 신곡 ‘Seven bridges road’(21위)로 차트에 다시 고개를 내밀었고, 이 곡은 16년이 흐른 1996년에 팝 메탈 그룹 파이어하우스(Firehouse)가 커버해 명곡임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이들의 불화설은 공공연하게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1982년 5월 민주당 후원공연을 끝으로 정식 해산을 발표해 각 멤버들은 솔로 비행에 착수했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1990년대 초반, 라이벌 의식이 강했던 글렌 프레이와 돈 헨리가 잦은 접촉을 갖는다는 얘기가 돌면서 재결합 소문이 일각에서 흘러나왔고, 마침내 1994년에 재결합이라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MTV에서 주최한 특별 무대를 통해 생중계된 돈 헨리, 글렌 프레이, 티모시 B. 슈미트, 돈 펠더, 조 월시의 재결합공연은 전 세계 음악팬들을 흥분시켰다. 4곡의 신곡과 이글스의 골든 레퍼토리로 구성된 실황 음반 <Hell Freezes Over>는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번 그룹의 절대적 파괴력을 과시했다.
이글스만큼 본토와 우리나라에서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그룹은 없을 것이다. 팝송의 시대라는 1970년대에 국내 팝 팬들은 이글스를 들으면서 즐거움과 안식을 얻었다. ‘Desperado’에서는 느릿함을, ‘Take it easy’로는 가슴 설레는 경쾌함을, ‘The best of my love’에서는 아늑함을, ‘Hotel California’을 통해서는 이상에 미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운 낭만을, ‘Life in the fast lane’로는 답답함을 날려 버리는 통쾌함을 맛보았다. 그래서 그토록 미국적인 음악을 구사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때로 어두운 시대의 등대역할을 했다. 2001년부터 간헐적으로 내한공연 소문이 이어져 조만간 그들을 국내 무대에서 볼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