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박성식, 장기호는 김현식의 백 밴드인 봄여름가을겨울을 김종진, 전태관 등과 결성한 다. 그리고 김현식의 3집에 수록된 박성식의 곡인 ‘비처럼 음악처럼’으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박성식, 장기호는 이후 팀을 탈퇴하고 밴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랑과 평화에 합류한다. 여기서 단 한 장의 앨범인 4집에만 참여한 이들은 기타리스트 한경훈을 받아들여 빛과 소금이라는 특유의 퓨전 재즈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팀을 결성한다.

장기호의 베이스가 번뜩이는 ‘빛 1990’이 수록된 이들의 데뷔 앨범은 사랑과 평화의 1집과 봄여름가을겨울의 2집, 넓게는 김현철의 4집과 더불어 퓨전 음악의 진수로 기록된다. TV 프로그램 베스트극장에서 선보여 가장 높은 인기를 얻은 곡 중의 하나로 기억된 ‘샴푸의 요정’, 경쾌한 연주 넘버 ‘아침’, 뛰어난 발라드 ‘슬픈 인형’과 ‘그대 떠난 뒤’ 등의 수록곡들은 완성도 있는 우리 음악계에 새로운 기풍을 여는데 일조 했다.

장기호 특유의 가성이 어색하지 않게 세련된 편곡과 어울리는 특징을 지닌 이 팀은 이듬해 한경훈이 부른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수록된 2집 발표한다. 하지만 기타를 담당하던 한경훈이 재즈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고 두 명의 멤버만이 남아 다음해에 3집을 발표한다. TV 토크쇼 프로그램 <자니윤쇼>에서 백 밴드를 하며 발표한 이 앨범에는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진한커피의 야상곡’, ‘슬픈 영화를 보고 나면’ 등의 훌륭한 곡들이 수록되어 팬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이후 ‘오래된 친구’가 라디오에서 사랑 받은 4집과 ‘다시 나를’이 수록된 5집을 발표한 이들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버클리음대 교수들과 작업하다 장기호가 작곡을 전공으로 유학을 시작하게 된다.

장기호가 유학을 떠나자 홀로 남은 허스키 보이스 박성식은, 그룹의 이름이 이미 암시했듯이 주로 CCM 계열의 음악을 프로듀싱을 했으며 편곡과 작곡자로 CF와 TV 드라마 <여자의 방>, 영화 <박대박> 등의 음악을 맡으며 쉴 틈 없는 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장기호의 학업이 끝나는 올 6월, 2인 체제에서 프로젝트 그룹으로 전환하는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팀 결성 10주년 프로젝트로 활동을 재개하는 이들은 과거에 했던 록, 재즈, 보사노바 등의 다양한 장르를 섞어서 퓨전화한 음악에서 더 나아가 솔로와 그룹을 병행하고, 좀 더 많은 뮤지션들과 융화되기 위해 언제든지 실력 있는 뮤지션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그룹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