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인 것은 자우림의 첫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서면서부터이다. 이후로 김장훈, 뱅크, 리아, 베이시스 등의 콘서트에 모습을 보인 그녀는, 드디어 고국에서의 첫 앨범을 1998년 4월에 발표했다. 그리고 입소문 만으로 지금까지 3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녀는 어려서부터 가스펠을 듣고 자랐으며 높은 음을 내기 위해 그리고 감정 조절을 위해 손짓을 위주로 한 모션을 사용하면서 노래를 불러왔다. 이미 놀라운 실력을 가졌던 그녀는 여러 곳에서 가스펠 부문 상을 받았으며 16살의 나이에
그녀의 데뷔 앨범에는 그녀의 실력을 암시하는 인상적인 무반주의 ‘Intro’’, 윤종신이 아끼던 ‘나의 하루’, 1집을 알린 ‘P.S I love you’’, 임재범과의 무시무시한 듀엣 곡 ‘사랑보다 깊은 상처’, 그룹 플레이어(The Player)와 합작해 신세대의 사랑과 우정을 표현한 ‘The player’’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미 폭풍을 예고한 이 앨범으로 그녀의 첫 콘서트는 3일만에 전회 매진됐으며 콘서트에서는 유행하는 재담과 코메디로 프로그램을 이끌지 않고도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청중을 압도하는 경이로운 보컬은 이후 TV 라이브 프로그램에서 줄곧 요청이 끊이지 않는 가수로 서게 했다.
1집의 활동으로 과로한 그녀는 비염과 편도선염에 걸렸고 그 덕택에 두 번째 앨범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앨범은 뮤지션으로서의 그녀를 좀 더 드러낸 작품이다. 김형석, 김덕윤 등 기존의 작곡가들이 만든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녀가 직접 세 곡을 만들었다. 현악 5중주와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고백’, 김광민의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인 서정적인 소품 ‘Ordinary’’, 2집의 인기를 도와 준 ‘편지할께요’, 도니 오스몬드(Donny Osmond)의 ‘Puppy love’’의 멜로디를 샘플링한 복고풍 사운드 ‘전야제’, 몽롱한 트립합적 요소로 가득 찬 ‘바람에 지는 꽃’ 등이 실린 이 앨범은 “아주 기계적인 음악과 너무나 인간적인 음악을 다 들려주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처럼 다양한 시도가 혼합되어 있다.
푹 쉬면서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는 그녀의 3집은 나오자마자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녀가 출연하지 않는 순위 프로그램을 무색하게 했다. 앨범 제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You mean everything to me’’, 세련되고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유희열의 ‘아무 말도, 아무 것도’, 그녀가 원래 록그룹과 공연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힘내’, 오케스트라와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만든 ‘지금은 아무 것도 아냐’, 힙합 그룹 CB MASS가 참여한 ‘싫어’, 그리고 프로듀싱에 도전한 ‘Better Now’’, 인터넷으로 가사를 공모한 ‘거짓말처럼’, 영화 <하루>에 실린 ‘늘 푸른’ 등이 있으며 그래미 시상식에서 산타나(Santana)의 ’’Smooth’’로 기술상 2개 부문을 수상한 25년 경력의 데이비드 토너, 프로듀서 켄 케시, 폴 벅마스터 같은 해외의 뛰어난 장인들과의 작업은 뛰어난 팝 음반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한편 그녀의 뛰어난 가창력은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뮬란(Mulan)>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Christina Aguillera) 불렀던 ‘Reflection’’을 비롯한 2곡을 부르게 했으며 해외에 가요를 홍보하는 앨범
영문학과 교수가 되고 싶은 그녀는 작년 UCLA 연극영화과에서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의 영문학과로 전과했다. 컬럼비아 대학에는 공교롭게도 16세의 나이로 일본열도를 뒤흔든 R&B의 혜성 우타다 히카루가 동문으로 재학하고 있다.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절세 미녀이고 죽어서는 하늘의 별이자 여신이 된 헬레나의 애칭으로 쓰이고 있는 그녀의 영어 이름처럼, 박정현의 미래는 우리 음악계를 주름잡을 여신으로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만이 남아 있다.